통 속의 뇌에 대한 단상 - 나는 51퍼센트만 존재할 수는 없다

뉴필로소퍼
뉴필로소퍼 인증된 계정 · 일상을 철학하다
2023/07/06
중세 유대 문헌에 따르면, 로마제국의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랍비 여호수아 벤 하나니아에게 육체의 부활에 관한 교리에 대해 물었다고 한다. 어떻게 신은 이미 흙먼지가 되어버린 지 오랜 시신을 다시 짜맞출 수 있는가? 랍비는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척추의 작은 뼈 ‘루즈luz’를 중심으로 인체를 재건한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그는 이 주장을 증명하고자 루즈라는 뼈를 가져다가 다양한 실험을 했다고 말했다. “물에 담가두었지만 뼈는 물러지지 않았다. 뼈를 불 속에 집어 던졌지만 타서 없어지지 않았다. 맷돌에도 집어넣었지만 부스러지지 않았다. 모루 위에 올려놓고 망치로 두드렸지만 오히려 모루가 쪼개지고 망치가 부러졌다.”

화장시설에 가보면, 인체를 구성하는 뼈 중에서 어떤 식으로도 파괴할 수 없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루즈는 복잡한 문제에 대한 기발한 답변이다. 다만 이 문제가 단순하게 육체 부활에 관한 신학적 문제가 아니라 살아 있는 몸에도 적용되는 문제라는 사실은 하드리아누스 황제도, 벤 하나니아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출처: 뉴필로소퍼 편집부

몸은 끊임없이 물질을 잃고 또 바꾸는 역동적인 시스템이다. 어떤 위벽 세포는 겨우 며칠만 산다. 피부 세포의 재생 주기는 더 길어서 우리는 몇 주마다 완전히 새로운 피부 세포를 얻는다(반면 뇌세포는 대부분 전혀 재생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원자 수준에서도 교체가 일어난다. 이런 사실은 고전적인 ‘테세우스의 배’ 역설을 육체적 버전으로 바꾸어서 제기한다. 어느 배가 항구에 정박할 때마다 목재 일부를 교체한다고 치자. 결국 원래의 목재가 모두 교체되어 하나도 남지 않는다면, 이 배는 예전과 같은 배인가? 내게 10년 전 몸의 자그마한 부분이라도 남아 있다면, 지금의 나는 10년 전의 나와 같은 사람인가? 80세의 몸을 30세 때나 6개월 때의 몸과 같은 몸으로 만들어주는 요소가 혹시라도 있다면, 대체 그 요소는 무엇인...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주 1회, 새로운 철학자들의 깊이 있는 사유가 펼쳐집니다.
38
팔로워 312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