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도 웃지도 않던 어떤 아이에 대하여

이영진 · 끝없이 길을 찾는 구도자
2024/04/18
옛날 어느 동네에 이층 벽돌집에 사는 아이가 있었어. 
매일 아침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와서 책을 읽는 조용한 아이였어. 
아홉살 남자애가 공을 차고 놀거나 친구들과 어울려 골목을 뛰어다니지 않는 것은 좀 특이한 일이었지. 
그렇지만 그 애의 엄마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어.

"아유, 우리 애는 집에 와서도 책만 읽지 게임 한다고 조르는 적이 한 번 없어."

그러면 앞 집 엄마는 말썽만 피는 자기 천방지축 아들놈 생각에 한숨이 나고, 그 애 엄마가 그저 부러웠지.

"좋겠다. 우리 애는 맨날 천날 밖에서 싸돌아다니다가 어디 가방도 내팽개치고 와서 내가 찾으러 가고 그러는데 어쩌면 그렇게 애가 의젓하대."

"그냥 깬 원래부터 그랬어. 내가 잔소리 한 번 안 해 봤어."

"아우, 정말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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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해파리처럼 파도를 타고 넘실대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다정함과 선의가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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