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무기력에서 나를 꺼내기

이영진 · 끝없이 길을 찾는 구도자
2024/03/29
갑자기 호들갑스럽게 친해지려는 사람들이 인생에 종종 나타난다. 어린이 시절이나 사회생활하면서나 참 난감한 타입이다.  당당하게 나와의 시간과 감정을 요구하는데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왜 당한다,는 표현을 쓰는가 하면 어느 순간 그들이 불편해졌기 때문이다. 

내가 어디 사는지 궁금해 하고 남편은 무슨 일을 하는지 개인적인 사정을 넌즈시 그러나 한켠으로는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나는 많은 말을 삼키고 정제된 말만 한다. 주로 돌려 말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물러섬이 없었다. 오랜만에 만난 무례한 사람이었다. 같은 직장에서 일한다는 명목하에 내 사무실에 와서 남의 말을 전하고 간식도 전하고 온갖 대답하기 힘든 질문도 전했다. 그떄도 나는 내 불편함을 잘 인지도 못하지만 그런 말을 했을 때 불러올 파장이 두려워 그저 반쯤 건성으로 대하고 있었다. 

그날도 같이 점심을 먹고 있던 참이었다. 묘하게도 자기가 불편한 걸 말하면서 그걸 상급자에게 말해주길 기대하는  말을 여러번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왜? 라는 말이 당장 튀어 올랐지만 나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다. 상급자는 그녀에 대한 판단을 이미 다 하고 있었고 그녀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알고 있었다. 자기 편의대로 시간을 바꾸면서 나에게는 피해자인 척 하고 그녀의 평판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었다. 나는 그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의 선을 넘어 마구 침범하는 사람에게 과하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거나 회피를 하는 방법밖에 몰랐다. 

그러던 중 그녀가 자기 차를 사는 데 같이 가 달라고 했다. 차를? 내가 왜? 

"그건 어른이랑 같이 가는 게 좋을 거예요."

그 괴상한 문자에 나는 이리저리 에둘러 여러 번 거절을 표했다. 한참을 말귀 못 알아듣는 사람처럼 조르더니 갑자기

"이건 그냥 NO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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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학생들에게 국어를 가르쳤다. 글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해파리처럼 파도를 타고 넘실대며 행복하게 살고 싶다. 다정함과 선의가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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