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더라도 한 권 책을 지키겠다는 남자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20
한국의 독서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지난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아 쏟아진 보도는 각종 실태연구를 근거로 한국인이 더는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을 참담하게 일깨운다.
 
한국인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 연간 평균 독서량은 마지노선이라 여겨졌던 4권을 지키지 못하고 3권대로 내려섰다. 대학생 과제 등을 뺀다면 실 독서량이 어느 정도 수준일지 짐작하기 민망할 지경이다.
 
전국단위 독서실태조사가 처음 이뤄진 1994년 한국의 독서인구 비율은 86.8%였다. 매년 꾸준히 하락했다곤 하지만 2011년 73.7%였던 것이 10여년 만에 40% 미만까지 급감했다. 난독이며 이해력과 사고력 부족 문제가 곳곳에서 지적되는 상황에서 독서량 급감과 개인의 역량 하락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 투모로우 포스터 ⓒ 20세기폭스코리아

책을 읽지 않는 시대, 재난을 부른다

한국 출판계는 이러한 경향을 그대로 반영한다. 긴 호흡의 글, 깊이 있는 글, 형이상학적 내용을 다루는 글 등은 인기가 없다. 가벼운 감성에세이와 힐링소설, 자기계발 및 재테크 서적을 제한다면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소개란은 텅텅 비어버릴 지경이 되고 말 테다. 인류 문명 발달을 선도해온 문자와 서적의 전성시대가 스마트폰과 짤막한 동영상의 범람 가운데서 종말의 위협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투모로우>는 독서인구 급감이란 절망적 소식을 맞아든 2024년 책의 날 즈음에 시사하는 바가 있는 작품이다. 재난 블록버스터 1인자라 불러도 틀리지 않을 롤랜드 에머리히의 2004년 작 영화로, 기상이변으로 인한 지구 종말의 위기를 담았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미국 뿐 아니라 북반구 전체가 얼어붙는다는 파격적인 설정 아래 뉴욕 공립도서관에 고립된 아들을 지키려 뉴욕시를 가로지르는 기상학자의 이야기를 그렸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기상학자 잭 홀 박사(데니스 퀘이드 분)에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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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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