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릿하고 포근한 석남동과 거북시장의 기억
2023/05/15
어릴 때 살던 동네는 석남동이라는 인천의 구석진 마을이었다. 거북시장이라는 시장을 중심으로 동네가 형성되어 있었고 우리 집은 동네 사람이라면 다 알만한 골목의 치킨집이었다. 가게에 딸린 방에서 살았는데 그때는 몰랐지만 아마도 나와 내 언니에게는 치킨 기름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언니의 별명은 ‘통닭’이었고 언니는 그렇게 부르는 남자애들을 쫓아다니며 패주었다.
가끔 치킨 배달 심부름을 하고, 작은 봉지에 소금을 넣거나 무를 담은 봉투를 묶는 일 등을 거들곤 하는게 치킨집 딸들의 사명이었다. 부엌 찬장에서 마른안주를 훔쳐먹기도 했다. 엄마가 치킨 기계에 감자튀김이나 떡볶이떡을 튀겨주면 그렇게 맛났다.
치킨 기계에 새 기름을 부운 날이면 엄마는 손님에게 나갈 치킨에서 한 조각씩 몰래 빼서 딸들 입에 넣어주곤 했는데 그 ...
글 쓰고 그림 그리고 디자인 합니다. 시골집과 마당을 가꿉니다. 서점 주인이 되는 꿈이 있습니다. 독립출판 에세이집 <오늘의 밥값>, <어쩌다 마당 일기>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