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육의 약점, 천천히 사고하는 법

김재연
김재연 인증된 계정 · 사회과학자, 데이터 과학자
2024/06/06
미국 교육 시스템이 부족한 점이 많으나 대학교육(혹은 고등교육) 만큼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필자가 학위를 받은 UC 버클리는 미국의 공립대학 중 최상위권 연구 중심 대학이다. 이 한 대학의 교수진에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이 26명, 동문 중에서는 35명이다. 4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40%에 가까운 수상자가 미국 대학 소속이다. 그러나 20세기 초반만 해도 학계의 중심은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었다. 미국에는 연구 중심 대학이 없어 학문에 뜻이 있는 미국인들은 유럽의 독일 같은 곳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와야 했다. 당시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같은 소위 아이비리그 학교들은 미국 사회의 지도층을 양성하는 곳이었지 연구자를 양성하는 곳은 아니었다.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으로 가는 길은 유럽식(독일식) 연구 중심 대학을 일찍이 수용한 존스홉킨스대, 코넬대가 이끌었다. 이 흐름이 점진적으로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미국 고등교육계가 재편됐다.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 시스템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그 구체적 역사에 대해서는 컬럼비아대 미겔 우르키올라 교수가 2020년 출판한 책 "Markets, Minds, and Money"가 잘 설명한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 학부까지 마치고 미국의 연구 중심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가르치고, 동료 학자들과 같이 연구를 하면서 느낀 부분들이 많다. 그 중에 하나는 한국 교육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점이다. 시카고대 경제학과의 존 리스트 교수는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법의 핵심은 천천히 사고하는 것이라 강조한다. 존 리스트는 현장 실험 방법론을 경제학계에 정착시킨 저명한 학자이다. 또한, 우버, 리프트, 월마트의 최고 경제학자로 일한 바 있어 실무 경험도 풍부하다.

이 분이 말하는 '천천히 사고하기'는 작고한 프린스턴대의 심리학자 다니엘 카네만이 말한 '천천히 사고하기'와 일맥상통한다. 다니엘 카네만은 같은 이스라엘 출신 아모스 트버스키와의 공동 연구로, 심리학자로서는 최초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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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홉킨스 SNF 아고라 연구소 연구과학자. 미국의 대표적 시빅 테크 단체인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에서 데이터 과학자로 일했다.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세종서적 2023)>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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