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고 종일 건반을 두드리는 이 청년의 삶
2023/09/08
이 영화에 대해 무어라 적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그건 이 영화가,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보통의 영화와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라고는 하지만 특정한 주제를 향해 집요하게 나아가진 않는 듯하고, 서사를 쌓아올려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영화를 가로지르는 한 인간과 그가 살아가는 삶, 그리고 그의 관심이며 시선을 조금은 알게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실험영화로는 드물게도 개봉에 성공한 <피아노 프리즘> 이야기다.
종일 건반 두드리는 미술가 출신 다큐인의 삶
한때는 미술가였고, 미술가에게도 은퇴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이제는 은퇴한 화가인 오재형의 영화다. 미술가를 그만둔 뒤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모양으로, <피아노 프리즘>은 그가 직접 저의 일상을 담아낸 작품이라 하겠다.
감독이 직접 연주하는 곡이 영화 전반을 장식하며, 피아노 학원을 오가는 시간과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것들을 직접 작성한 문장과 함께 영상으로 담아냈다.
오재형은 독특한 인물이다. 직접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칸영화제에 제가 만든 단편을 출품하고 왔고, 동료 다큐멘터리 감독들과 함께 중단된 인디다큐페스티발을 대신하는 반짝다큐페스티발을 기획하여 성공리에 개최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어 배운 피아노로 수차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