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났던 날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11/11
이진영 세실리아!

느닷없이 불려진 내 이름에 화들짝 놀랐다. 사실 느닷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내가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앉아 있었기에 놀라움이 컸을 뿐이었지.
주일 미사 끝머리에 이번 달에 영명 축일이 있는 사람들 축하식이 있겠다고 마이크로 안내를 할 때에도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는 줄만 알았다. 이름이 불려 한 사람씩 제단 앞으로 나갈 때도 그저 구경꾼의 마음으로 쳐다보고만 있었다.
그러다 마지막에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니 어찌 안 놀랄 수 있었겠는가. 그제서야 번개같은 깨달음. 그래, 이 달 22일이 세실리아 영명 축일이지.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찰나의 망설임이 교차했다. 벌써 내 앞서 불린  사람은 거의 제단 가까이까지 걸어 나가고 있었다.
순간, 용기를 내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종종걸음으로 앞사람을 따라 제단 앞으로 걸어 나갔다. 그 길이 퍽이나 길게 느껴졌다. 하필 맨 뒤 문 앞에 앉아가지고...
그 자리는 내 단골 자리다. 아무리 빨리 와서 자리가 텅텅 비어 있어도 항상, 좀 늦은 사람을 위한 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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