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청소부

진영
진영 · 해발 700미터에 삽니다
2024/01/13
아침 7시가 됐나 보다. 덜거덕거리며 난로에 불을 지피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그 소릴 들으며 다시 잠 속으로 빠졌다 일어나니 벌써 10시가 가까웠다.  웬 늦잠이람. 
거실로 나오니 난롯불이 시들시들 꺼져간다. 아침에 남편이 한 차례 불을 활짝 피워주면 그 뒤에 계속 나무를 넣어주며 불을 이끌어가는건 내 몫인데 난데없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불길이 다 사그라 든 것이다. 그렇지만 다시 살려내는 건 누워서 떡 먹기지. 아직 완전히 꺼져버린 것도 아니니.
잔나뭇가지들을 집어넣으려 난로문을 열자 연기가 왈칵 쏟아져 나온다. 연기를 빨아들이는 후항을 켰건만 이렇게 연기가 제대로 빠지지 못하는 건 필시 굴뚝이 막힌 것이다. 며칠 전부터 그런 조짐이 있었지만 애써 무시해 왔더니...  작년에 사용하던 그대로 올핸 아직 굴뚝을 청소한 일이 없으니 그럴만도 하다 싶었다.
연기를 불사하고 나무들을 던져넣었지만 불길을 힘없이 비실대다 결국 꺼져버리고 말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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