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반도체 불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걸까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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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7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치자. 그래서 어쨌다는 걸까.
출처: Unsplash
젠슨 황은 말 그대로 역경이란 이름의 학교를 다닌 사람이다. 그는 미국 반도체 기업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Nvidia) 공동창업자이지만, 문제아를 모아 놓은 켄터키주 기숙학교를 다녔다. 가족들은 어떤 곳인지 모르고 아들을 입학시켰지만, 룸메이트는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몸에 칼자국이 있는 소년이었다. 교사에게 불려가 혼나거나 화장실 벌 청소를 하는 날도 많았다. 젠슨 황은 자신이 압박감에 굴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자부하는데, 역경을 견디는 법을 배운 곳이 바로 그 기숙학교라고 말하곤 했다. 이런 멘털은 경기변동으로 업황이 출렁이는 반도체 업계에서 매우 유리하다.

그리고 지금 업계는 또 다시 불황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말 코로나 팬데믹이 끝이 보이는 그때엔 자동차 회사부터 암호화폐 채굴러까지 반도체 공급을 못 받아서 발을 동동 굴렀다. 당연히 반도체 기업들은 투자에 나섰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퓨처호라이즌의 애널리스트 맬컴 펜은 “지난 6개월 동안 반도체 기업의 투자 지출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 수준과 비교해서 75% 정도 급증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투자는 리드 타임(투자부터 실제 생산에 이르는 시간)이 길다. 신규 제조설비 대부분은 아직도 건설 중이다.

하지만 그 사이에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중국의 봉쇄와 암호화폐 시장 붕괴가 연달아 일어났다. 덩달아 반도체 수요도 줄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매출도 떨어졌다. 1년 전 반도체 부족 현상과 완전히 반대로 이번엔 공급 과잉이 닥쳤다.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은 박살났다.

인텔을 제치고 미국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등극한 엔비디아도 불황을 비껴가지 못했다. 8월 24일 올해 2분기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매출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5월부터 세 번 연속 하향 조정이다. 지난해 말 8천 억 달러를 넘기며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시총이 지금은 4천 억 달러 밑으로 주저 않았다.

그럼에도 젠슨 황은 자신감이 넘친다. 2분기 실적 발표 후 그는 내년 초까지 끝내주는 새 아키텍처를 적용한 데이터센터와 게임용 반도체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와 게임용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최대 시장이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시가총액도 회복될 거라고 말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의 멋진 신제품이 인공지능 업계는 물론, 메타버스처럼 아직 개념조차 흐릿한 시장에서도 판도를 바꿔놓을 물건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젠슨 황 대표가 반도체 시장이 겪는 불황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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