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고 은방울꽃

SH.PARK
SH.PARK · 글로 소통하는 사람.
2022/04/14
봄은 이제 막 절정으로 들어서려 하고 있다. 길마다 벚꽃들이 흐드러져 어디 멀리로 드라이브라도 떠나고 싶도록 만든다. 엊그제는 디저트 몇 가지를 사서 부모님께 갖다드리고 왔는데, 부모님 댁에서 집으로 오는 길목과 한옥마을까지 연결된 그 짧은 도로가 벚꽃들로 가득했다. 잠시 비상깜빡이를 켜고 멈춰 섰다. 아무 곳에나 설 수 없는 대도시와는 다른, 지방에사는 사람들의 일종의 특권이랄까. 

이 벚꽃들이 질 무렵이 되면 자연스레 기다려지는 날이 있다. 바로 노동절인 오월 일일. 이날이 되면 프랑스에서는 직장동료나 지인들끼리 은방울꽃을 나누어준다. 별로 부러울 것없는 프랑스문화 가운데 내가 참 좋아하는 몇 가지 중 하나로, 이십년을 살았던 곳에서 익은 습관이 지금도 변하지 않고 해마다 되살아나곤 한다. 

은방울꽃은 불어로 ‘뮤게Muguet’라고 한다. 평소에는 꽃집에서조차 눈에 잘 띄지도 않다가, 4월 마지막 날만 되면 전세계의 모든 뮤게가 모인 것처럼 존재감을 드러낸다. 각 지하철역 입구마다 아랍사람들을 비롯하여 뮤게 파는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우리가 어릴 적에번데기를 사먹던 고깔모양의 투명한 비닐에 뮤게가 돌돌 말아져 있는데, 작고 아담한 것이참 귀엽고 예쁘다. 거리의 꽃집에는 우리 어버이날 카네이션 바구니와 같은 뮤게 바구니들이 펼쳐져 있다. 

이 날만큼은 불법노동자든 누구든 뮤게를 들고 나와서 팔고, 모두들 반갑게 웃으며 행복한모습으로 뮤게를 산다. 퇴근길에 남편과 아내에게 서로 챙겨줄 뮤게를 한 송이씩 사오기도하고, 부모님에게 혹은 동료나 형제자매에게……. 누구든 모든 노동하는 사람들끼리 나누는일종의 꽃 나누기 축제와 같다. 

5월 1일이 되면 언제나 주고받던 그 은방울꽃을 올해도 어김없이 주문했다. 먼 곳으로 배달되어 오는 동안 조금은 멀미상태(?)의 초췌한 모습이지만, 조만간 우리집의 온도에 적응하여 기운을 차리고 나면 틀림없이 예쁜 꽃망울을 폭폭 터트릴 것이다. 

은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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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기획 영역에서 일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적인 것에 관심이 많아요. 페이스 북 활동도 하고 있고 2021년 에세이집 '미치다 열광하다'를 푸른사상출판사를 통해 출간했고요. 미치도록 열정적으로 살아온 50대 입니다. 함께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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