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저녁은 파도도 강처럼 찰박 찰박 쳤다.

모란
모란 · 도서관 NPC
2022/10/06
고등학생이 되던 해. 우리 집은 4년 간의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돌아갔다. 10년을 보냈던 시골 고향.
나는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나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기숙사에 남아 학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돌아가는 날. 202번 버스를 타면 볼 수 있는 여름 바다가 있었다. 여름 저녁은 파도도 강처럼 찰박 찰박 쳤다. 하얀 거품이 일지 않는 청명한 색의 파도, 덥지 않은 저녁 햇살, 파도에 쓸려갔다 다시 쓸려오는 하얀 백사장ㅡ 나는 버스 창가에 기대 밀려오는 따듯한 색의 바다를 바라보면서 떠도는 단어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드물게 사랑스럽고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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