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다 미리 <아무래도 싫은 사람> : 수짱의 결심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8/29

나는 인간에 대한 기대치가 매우 낮다. 원체 관계 맺는 일에 서툴고, 인연에 연연하기 보다 흘러가는 대로 두는 편이라서 ‘인간관계’로 골머리 앓을 일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종종 ‘아무래도 싫은 사람’과 부딪힐 때면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싶은 충동에 휘말리게 된다. 백번 양보해서 미숙하고 모르는 게 많은 건 괜찮다. 어떤 일이든 처음은 있기 마련이고, 차근차근 배워나가면 그만이니까. 문제는 아무리 애를 써도 좋아하려야 좋아할 수 없는,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지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쉼표 하나, 마침표 하나에 의미 부여하고 말꼬리 붙잡는 사람, 책임감 없이 자기가 해야 할 일 남한테 다 떠넘기는 사람(ex : 조별 과제 무임승차러, 독서모임 프리라이더), 자기 성찰이나 반성 없이 무조건 남 탓만 하는 사람, 입만 열면 험담하거나 신세 한탄을 늘어놓으며 나를 감정 쓰레기통 취급하는 사람. 이 네 가지 유형에 속하는 사람들과는 얼굴을 마주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물론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 천성이 악한 것은 아니다. 그저 관계를 지속하기 힘든 단점이 눈에 거슬려서 괴로울 뿐이지, 크게 모난 사람들도 아니다. 다만 제아무리 사소한 것이어도 차곡차곡 쌓이면 태산을 이루고,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와 상성이 맞지 않은 사람과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기가 매.우. 꺼려진다.

수짱이 ‘아무래도 싫어하는 사람’은 직장 동료 무카이 씨다. 무카이 씨는 틈만 나면 손님과 동료들의 험담을 쏟아내고, 수짱에게 비수 꽂는 말을 내뱉고도 '농담'이라며 신경을 박박 긁는다. 남 말 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정치질에도 능숙하다. 무카이 씨는 수짱이 카페 점장인 걸 뻔히 알면서도 자기 권력을 이용해 아르바이트생들을 편애하고, 휴일 조정부터 정직원 채용 문제까지 사사건건 간섭한다. 보다 못한 수짱이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퀴어 페미니스트, 비건 지향인, 천주교 신자, 그리고 그 무엇
141
팔로워 201
팔로잉 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