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실망했던 그 영화, 지금 보니 다르네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4/05/01
세상 모든 건 변한다. 확고한 것만 같던 신념도, 변치 않을 것만 같던 성격도 조금씩 변하게 마련이다. 매일 쓰는 일기도 한참이 지나서 돌아보면 지금 나와는 다른 누가 쓴 것 같아 보이곤 한다. 때로는 성장을, 때로는 쇠락을, 또 때로는 그저 모습을 바꾸는 변화들은 이처럼 자연스레 삶 가운데 깃든다. 하물며 취향일까.
 
어떤 영화는 처음엔 좋았으나 훗날 보면 보잘 것 없다. 반면 어느 영화는 처음엔 아쉬워도 훗날엔 그 가치를 새로이 보도록 한다. 전자는 과거를 추억할 수 있어 좋고, 후자는 새로이 좋은 것을 알게 되어 좋다. 특히 뒤의 경우엔 보는 이에게 색다른 감상을 안기곤 한다. 어째서 그땐 알지 못했을까 싶은 감동을 자연스레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당연히 내게도 그와 같은 경험이 있다.
 
마틴 브레스트는 늘 좋아하는 감독 목록의 상단에 놓던 인물이다. 최애배우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던 알 파치노가 주연한 <여인의 향기>는 어린 시절 내게 낭만이 무엇인지 가르쳐주었다. 그로부터 수차례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도 나는 이토록 매력적인 영화가 세상에 몇 편이 더 나올 수 있을까를 궁금해 하였을 뿐이다. 질리지 않는 명작의 매력, 볼 때마다 감탄케 하는 이 낭만적인 영화를 보며 나는 언젠가 나도 이와 같은 이야기를 만들 수가 있을까 기대하고는 하였다.
 
▲ 영화 <조 블랙의 사랑> 포스터 ⓒ 유니버설 픽쳐스

감독도 아쉬워했던 전설적 영화

차기작 <조 블랙의 사랑>이 개봉한 건 1998년이었다. 이 영화가 비디오로 정식 발매되기를 손꼽아 기다린 나는 발매일이 되자마자 동네 비디오가게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렇게 비디오를 집어 들고 돌아온 나는 곧장 3시간 가까운 이 영화를 TV로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몹시도 실망스러웠다. 휴가 나온 저승사자가 한동안 속세에 머물면서 인간세상을 경험하는 이야기, 세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이 이야기가 전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뿐인가. 영화는 어찌나 길었는지 중간 중간 몹시도 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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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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