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흔하지만 예민한 공간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10/16
카페는 기호의 공간이다. 꽤 까다로운 예민한 공간. ©unsplash

카페는 기호의 공간이다. 일터 근처, 카페인 충전을 위해 테이크아웃만 하는 공간이라면 많은 조건은 필요치 않다. 그때 가장 중요한 조건은 편리한 접근성과 가격 정도가 아닐까. 지인과 대화가 목적일 때도 큰 조건은 필요치 않다. 동행하는 인원이 모두 앉을 자리가 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 불편하지 않은지 정도가 조건이 된다.

하지만 혼자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기 위해, 혹은 책 한 권을 들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문하는 곳이라면, 좀 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다. 커피맛, 인테리어, 자리의 편안함 정도, 서비스의 질, 접근성까지 다양한 면이 잘 맞아야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방문하는 카페가 된다. 골목골목 수많은 카페가 들어차 있어도 정작 선뜻 가고싶은 카페는 없을 때가 많은데, 바로 이 때문이다. 카페는 흔하지만 참 예민한 공간인 것.

입장에 따라서 공간의 필요조건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손님은 여러 면이 잘 맞아 머물기에 편안한 카페가 최고지만, 주인 입장에서는 너무 조건이 잘 맞아 손님이 오래 머물면 매출에 영향이 있다. 회전율이 낮으니 그만큼 받을 수 있는 손님의 수가 적어지는 것. 조건이 너무 좋지 않으면 드나드는 손님 자체가 적을 수도 있다. 때문에 적당한 편안함과 적절한 만족감을 주면서도, 너무 오래 머물지는 않는 카페를 만드는 게 주인장의 지상 최대 목표다. 

평일 낮에는 내가 운영하는 카페를 지켜야 하기에 다른 카페를 방문할 기회가 거의 없다. 주말에만 종종 아이들과 함께 각자 좋아하는 책 한 권씩을 들고 인근 카페를 찾아간다. 이때 가장 중요한 건 의외로 규모다. 규모가 너무 작은 카페는 아직 어린 아이들과 마음 편히 머물기가 힘들다. 너무 핫한 카페, ...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1.1K
팔로워 1.4K
팔로잉 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