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의 이면에 기술낙관론이 있는 것을까요? 저는 긍정과 부정적인 답이 모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으로 답할 수 있는 이유는 뚜렷하게 인과관계를 설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애당초 기술 실패의 산물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인간이 만든 기술이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속수무책 무너진 경우입니다. 기술이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사례인 것이지요.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던 원전이 파괴된 것처럼, 안전할 것이라 주장하는 오염수 방출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기술낙관론을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연결짓기가 그리 간단치 않습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사고와 우리 시대에 편만하게 펼쳐진 기술낙관론을 생각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우리 시대는 기술을 믿...
“현대 기술과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 세부 전공은 기술철학이고, 주요 연구 분야는 기술철학의 고전이론, 기술과 민주주의, 포스트휴머니즘,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철학, 미디어 이론, 공학윤리, 연구윤리 등
답변 감사합니다. 기후 분야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약간 복잡한 심정이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에서도 약간 보이는 것 같아 막연히 질문 드렸는데, 제겐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답을 주셨습니다.
사실 공학이나 과학을 정교하게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술에 대한 신뢰로 단어를 바꾸면 조금 다른 말이 될 것 같긴 합니다. 과학과 공학은 데이터가 보장하는 기술의 신뢰성을 산정하고 위험을 계측해 그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는 일을 하는데요. 동일한 방식으로 이 건에 대해서 언급했을 뿐인데 유독 다른 반응이 사회적으로 나오니 조금 어리둥절하거나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봤는데, 가장 간단하게는 공공의 안전, 그것도 광범위한 국가와 비인간동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서는 대중의 인식이나 위험 체감 정도가 좀 달라서 그렇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한 편으로는 기술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는 게 현재 기술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대해서도 작동하고 때로는 그게 현재 기술에 대한 신뢰와 경쟁하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위기를 긍정하는 분들도 미래에 개발/개선될 더 나은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지요.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적 기대일텐데요,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충분함에도 그것을 실천하기보다는 미래로 선택을 넘깁니다. 그래서 현재의 대안이 실현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비판도 있죠. 오염수는 반대로 지금 해결하는 안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많고, 대신 해결을 미래로 넘기자는 안을 제시합니다(대안 가운데 대기 방출을 제외하면 결국은 더 오래 저장하거나 고형화대 묻는 등 보관 측면이 강하고, 이는 미래에 다른 처분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재밌게도, 여기 대화를 나눠주신 전문가 분들도 지적하셨듯, 처리에 필요한 기술은 정작 아주 하이테크도 아니라는 점이지요. 흡착과 침전을 통한 처리는 전통적인 수처리의 일종인데, 대상이 방사성물질이 되자 기술이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감에 막연한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 쪽으로 선택지가 기운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아직 정리된 생각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말씀 덕분에 생각을 더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기후 분야를 바라보면서 느끼는 약간 복잡한 심정이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에서도 약간 보이는 것 같아 막연히 질문 드렸는데, 제겐 여러 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답을 주셨습니다.
사실 공학이나 과학을 정교하게 다루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술에 대한 신뢰로 단어를 바꾸면 조금 다른 말이 될 것 같긴 합니다. 과학과 공학은 데이터가 보장하는 기술의 신뢰성을 산정하고 위험을 계측해 그에 따른 결과를 예측하는 일을 하는데요. 동일한 방식으로 이 건에 대해서 언급했을 뿐인데 유독 다른 반응이 사회적으로 나오니 조금 어리둥절하거나 답답하게 여겨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가지 면에서 생각해 봤는데, 가장 간단하게는 공공의 안전, 그것도 광범위한 국가와 비인간동물,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일에 대해서는 대중의 인식이나 위험 체감 정도가 좀 달라서 그렇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또 한 편으로는 기술에 대한 믿음과 신뢰라는 게 현재 기술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미래 기술에 대한 낙관적 기대에 대해서도 작동하고 때로는 그게 현재 기술에 대한 신뢰와 경쟁하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위기를 긍정하는 분들도 미래에 개발/개선될 더 나은 기술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지요. 기술 발전에 대한 낙관적 기대일텐데요, 지금 당장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충분함에도 그것을 실천하기보다는 미래로 선택을 넘깁니다. 그래서 현재의 대안이 실현되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비판도 있죠. 오염수는 반대로 지금 해결하는 안에 대한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내는 분들이 많고, 대신 해결을 미래로 넘기자는 안을 제시합니다(대안 가운데 대기 방출을 제외하면 결국은 더 오래 저장하거나 고형화대 묻는 등 보관 측면이 강하고, 이는 미래에 다른 처분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재밌게도, 여기 대화를 나눠주신 전문가 분들도 지적하셨듯, 처리에 필요한 기술은 정작 아주 하이테크도 아니라는 점이지요. 흡착과 침전을 통한 처리는 전통적인 수처리의 일종인데, 대상이 방사성물질이 되자 기술이나 시스템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감에 막연한 미래 기술에 대한 기대 쪽으로 선택지가 기운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아직 정리된 생각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래도 말씀 덕분에 생각을 더 해 볼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