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공과 종북 사이에서 - 호부호형을 허하라
2023/02/13
멸공과 종북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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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지인이 곤욕을 치렀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복잡한 사연 제쳐 두고 말하자면 어느 집에 국정원과 기무대 (요즘은 안보지원대라고 하나?)가 출동해 집뒤짐을 하고서 그 책 가운데 ‘이적표현물’이 나왔다면 그예 끌려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천만다행히 별다른 책은 없었고,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든 공안당국은 철수했지만 아마 지인의 간은 콩알의 반쪽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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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집을 그런 식으로 샅샅이 뒤진다면 책꽂이에서 무슨 책이 나올지는 나도 모른다. 김정일이 쓴 ‘주체사상에 대하여’를 제본한 문건이 튀어나올 수도 있고, 북한의 <피바다>를 차마 쓰지 못하고 <민중의 바다>로 바꾼 책이 별안간 얼굴을 들이밀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나는 꼼짝없이 이적표현물 소지, 탐독하고 반국가행위 용의점이 있는 지인과 ‘통신, 회합’한 이로 몰릴 수 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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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대하여’나 ‘민중의 바다’까지 안 가도 된다. 2017년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검찰에 요구하여 받아낸 공안당국의 자료에 의거해 판례상 이적표현물로 분류되는 책들을 들자면 나는 엄청난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중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리영희 교수의 저작이나 박노해의 노동의 새벽, E.H 카의 러시아 혁명사, 심지어 전태일 평전도 ‘판례상’ 이적표현물의 명단에 들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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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을 들으면 “때가 어느 땐데” 하며 웃을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 시작된 특급 퇴보 열차의 기적 소리는 지나치게 힘차다. 국가보안법이라는 도사견의 이빨은 웬만큼 빠졌다 싶었는데 강철 이빨로 임플란트를 하고 나타난 듯 험하게 으르렁거린다. 비단 국가보안법만이 아니라 대놓고 노동조합을 적으로 몰거나, 절박한 시위 (그 방법에 대한 찬반은 젖혀 두고)에 나선 장애인들과의 대화보다는 그들을 갈라치고 혐오의 대상으로 부각시키는 정권의 야만성은 가히 타임슬립 드라마를 보는 듯 과거로 쾌속항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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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정권이나 이 정권을 ...
사학과는 나왔지만 역사 공부 깊이는 안한 하지만 역사 이야기 좋아하고 어줍잖은 글 쓰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입니다.
한국은 북한과 육상으로 대치중이고,
북한은 한국전쟁 이전부터 도발해오고 남한을 전복하려고 합니다.
요즘 간첩 혐의로 잡혀들어갔다며 뉴스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 그저 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밤낮 민족정기 어쩌고만 염불처럼 주워섬기다가 저 먼발치 뒤로 역사의 급류에 떠내려가 버리는 듯한 6070 연령대가 많아서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습니다. 저런 사람들이 간첩이구나 하면 짠하기도 하고, 사회로부터 고립된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 걱정되기도 합니다.
기무사령부는 전 정권 초기에 기무사령부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편되었다가 전 정권 말기에 이르러 국군방첩사령부로 신설됬습니다. 다만 현장에선 말씀하신 대로 여전히 기무대라고 부르고 그 밑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여전히 안보 어쩌고들 합니다. 누가 봐도 의심쩍은 '백호 상사' 같은 명함 내밀면서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