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민주주의> : 모두의 평화를 위한 정치적 상상력 by 구도완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17

"워터밤 콘서트 물 300톤 소양강 댐에 다 뿌려줬으면 좋겠다." 작년 여름, 배우 이엘 씨가 남긴 한 줄짜리 트위터 멘션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논쟁이 불거졌다. 일각에서는 이엘 씨의 소신 발언을 지지했지만,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예민하다."라며 불편한 심경을 토로했다. 특히 이선옥 작가는 "이엘의 행동은 가뭄에 물을 뿌리며 콘서트나 하는 개념 없는 타인에게 일침을 가하는 정의로운 나에 대한 과시에 가깝다"라고 한데 이어, "PC 주의자들은 변화를 위한 행동보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어필하는 데에 관심을 둔다. 배우 이엘이 가뭄이라는 자연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하는 실천은 소셜미디어에 한마디 쓰기"라며 반박했다. 요약하자면 자신이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방법을 공유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끄는 쪽이 옳다는 얘기다.  

이엘 씨의 한마디를 둘러싼 갑론을박을 지켜보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다 이토록 당연한 발언을 '지지'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을까. 나는 이선옥 작가의 의견을 재반박하며 이엘 씨의 말이 합당한 이유를 개진해 보려고 한다. 전국이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는 와중에 자본의 상징으로 뒤덮인 곳에서는 워터밤 축제가 열리고, 흠뻑쇼로 더위를 식힌다. 한쪽에서는 물이 없어 죽어가고 있는데, 반대편에서는 회당 300톤의 물을 쏟아부으며 즐거움을 만끽한다면 누구나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다. 즉 이엘 씨는 타인과 비교하며 자신의 도덕적 우월성을 뽐낸 것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들이 짊어져야 할 피해를 생각해서라도 물 좀 아껴 쓰자는 지극히 평범한 말을 했을 뿐이다.

또한 영향력 있는 사람의 목소리가 지닌 파급력을 감안한다면 이엘 씨의 발언은 실천과 분리되지 않는다. 올바른 행동은 적절한 문제 제기로부터 시작된다. 공장식 축산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동물 해방 운동이 가능한가. 절대 불가능하다. 기후 위기에 대한 대처법도 마찬가지이다. 지구는 이미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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