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의 맛

교실밖
교실밖 · 읽고 쓰고 걷는 사람
2024/03/07
2년 반의 지방 생활에서 큰 비중은 '길 위의 시간'에 놓여 있다. 주 중 서울 출장은 KTX를 이용했는데, 고속철도를 반복하여 이용하다 보면 시간 개념에 왜곡이 올 때가 있다. 물리적 거리에 비례하여 시간이 소요돼야 생체 리듬이 안정되는 데, KTX를 이용하면 시간을 많이 단축한다. 몸의 적응보다 장소 이동이 더 빠를 때 느끼는 일종의 '시차' 같은 것이다. 

물론 시간 절약이 주는 편리함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이동 시간을 확 줄여주면 결국 그로 인해 절약된 시간이 다시 '일'로 들어온다. 그러니 고속열차를 자주 이용하면 한편으론 편리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그 여유를 일로 채움으로써 삶의 피로감을 높인다. 주말에는 승용차를 이용하여 서울로 간다. 내려올 때 반찬을 포함하여 옷가지 등을 싣고 와야 하고 올라갈 때도 빈 그릇이나 책 같은 짐이 있어서 차량 이동이 편하다. 서울 집이 서남부권에 있어 열차를 이용하는 것과 시간도 비슷하다. 

고속도로보다는 국도가 포함된 자동차 전용도로로 올라간다. 그게 더 빠르기도 하고 톨게이트 요금을 절약할 수 있다. 보통 주말 밤에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다소 졸리기도 한데, 이 길은 그게 덜 하다. 그런데 다른 중요한 이유도 한 가지 있다. 올라가는 길에 국숫집이 한 곳 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딱 시장기가 엄습하는 때이다. 금요일 저녁의 시장기를 인내할 필요가 있을까.   

그 집의 국수는 깊고 은은한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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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고민한다. 몇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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