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화해는 불가능한가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7/12
역사의 화해는 불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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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분단국가다. 남과 북으로 나뉘어 수백만의 목숨을 갈아넣은 참혹한 전쟁을 치렀고 그 뒤 70년 동안 여차하면 서로의 가슴을 향해 총칼 내지를 태세를 유지해 왔다. 그 와중에 서로의 내부 단속 또한 잔인할 정도로 강력했고, ‘다른 생각’을 하는 자체를 용납하지 않는 ‘총화단결’과 ‘유일주체’의 누더기 신화를 써 왔다. 모든 것이 단절됐다. 분단되고 갈라진 것 가운데에는 ‘역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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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년도 안된 역사, 심지어 그 역사를 살아낸 사람들이 즐비한 시절에도 남과 북은 서로의 구미에 맞지 않는 역사 모두를 철저히 지웠고, 각자가 끼워 맞춘 역사에 신빙성 정도가 아니라 신앙적 확신을 강요했으며, 그에 어긋나는 모든 사람과 사건들을 삭제하거나 윤색하거나 외면해 버렸다. 이를테면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을 뒤흔들었던 (사건 자체의 규모나 의미를 떠니서) 보천보 습격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했다가는 바로 남산으로 끌려가 코렁탕을 먹어야 했고, 김일성은 백발의 노인이 아니라 해방 때 새파란 서른 셋 젊은이였던 김일성 그이가 맞다는 말만 해도 가문의 안위를 담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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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전선 이북이야 말할 것도 없다. 김일성 일가 이외의 모든 역사는 태양 앞의 반딧불 정도로 격하됐다. 김일성보다 훨씬 많은 병력을 이끌고 일본군과 싸웠던 무정 같은 사람이나 일본인들이 가장 혐오했던 의열 투쟁의 거두 김원봉 등은 북한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남한의 독립운동가들이 ‘푸대접’을 받았다면 북한으로 넘어간 독립운동가들은 존재 자체가 말살되는 경우가 많았다. 북한은 친일파 뿐 아니라 그만큼 많은 독립운동가들도 숙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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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역사는 분단돼 왔다. 그리고 은하수의 별들처럼 많은 사람들, 그들의 사연이 역사 전선의 ‘비기억지대’ (Deleting memory zone)에 파묻혀 왔다. 실제 DMZ가 ‘자연의 보고’라면 이 비기억지대 DMZ에도 양쪽에 의해 소거되고 뜯겨져 어둠 속으로 던져 버린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이 즐비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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