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면 때리는 게 아니라 안아 줘야지, 엄마

조제
조제 · 예술가
2023/03/18
엄마와 2시간이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엄마가 그 '병아리 사건' 때 크게 상처받았던 내 마음을 이해하고 '미안하다'고까지(!) 말했다. 병아리가 죽었을 때 울고 있다고 맞고 혼났던 서러움이 좀 가셨다고 할까. 뭐, 그런 사소하고 웃기지도 않은 일을 두고두고 기억해서 지엄마를 괴롭히냐고 역정을 내고 욕하고 날 쫓아냈던 지난 설날 때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엄마는 병아리가 죽으면 새병아리를 사주면 되지 사준다고 하는데도 자꾸 울고 앉아있는게 답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내겐 죽은 내가 귀여워한 병아리가 소중했던 거지 새병아리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냥 "너 얼마나 슬프니? 정말 슬프겠다"하면서 한번만 안아주면 되는 것이였다. 그걸 엄마는 몰랐던 거다. 워낙 해결해야할 문제가 많은 힘든 삶이었기에 울면 일단 울지 않게 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생각만 했지 슬퍼하는 마음, 그 감정을 알아줄 생각은 못했던 거다. 많은 엄마들이 아마 그러고 살고 있겠지. 그 마음만 한번 진심으로 알아주면 되는 것인데...

나는 이어서 더 이런 말도 했다.
"엄마가 죽은 병아리를 앞에 두고 우는 내 뺨을 때리고 혼내고 빨리 갖다 버리라고 윽박지른 그때 나는 갑자기 감정이 싹 사라졌어. 지금도 그때 일을 떠올리면 아무 느낌이 안나. 이건 부당하다는 생각도 못 했어. 분명히 슬펐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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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이자 친족성폭력 생존자입니다. 오랜 노력 끝에 평온을 찾고 그 여정 중 알게 된 것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로 희망과 치유에 대해서. '엄마아빠재판소', '살아있으니까 귀여워' '죽고 싶지만 살고 싶어서' '은둔형 외톨이의 방구석 표류일기'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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