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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ang · 지금 하는 경험, 생각을 씁니다.
2021/12/02

#1.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인 걸로 기억합니다. 가을운동회가 열리기 며칠 전이었습니다. 저는 아빠에게 "다른 친구들 아빠는 다 온다"며 "아빠도 올 수 있느냐?"고 재차 확인했습니다. 아빠는 "시간을 잠시 내 가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빠의 "온다"는 말에 너무 좋아서 침대 위에서 펄쩍펄쩍 뛰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아빠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가을운동회 날, 백팀이었던 저는 머리에 흰띠를 두르고 아빠와 체조를 하던 모습을 엄마는 사진으로 남겨두었습니다.

#2. 중학교 때 있었던 일입니다. 단짝 친구가 하루 종일 웃지 않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친구가 너무 걱정됐습니다. 쪽지를 써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습니다. 친구는 "나중에 점심시간에 말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까지 '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거지',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일이면 어쩌지' 등 잡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점심시간이 찾아왔습니다. 친구는 "어제 아빠가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사들고 일찍 들어온다고 했는데, 자신이 잠든 이후에, 그것도 빵을 사지 않은 채 들어왔다"고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받았던 충격이 지금도 선명합니다. 저희 아빠는 늘 제가 잠든 이후에, 그것도 술이 취한 채로 들어왔고, 주말엔 몰아서 잠을 주무시느라 저와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돌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주로 엄마, 아빠의 관점에서 많이 논의합니다. 하지만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아이'입니다. 아이의 관점에서, 일하느라 바쁜 '엄마'가 가을운동회에 와서 기쁨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어렸을 적부터 '아빠'와 가깝게 지내며 깊은 애정 관계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돌봄은 아이의 관점에서 '아빠, 엄마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각국 하루 평균 남녀 무급 노동시간


위 그래프는 뉴욕타임스 기사에 실린, 각국의 하루당 남녀 평균 무급 노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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