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이 절단되어 병원에 오래 입원한 일이 있다. 접합수술을 받고 피부이식 수술 후 접합된 부위가 안정화되기를 기다리는 지난한 과정이 근 네 달이 됐다. 나는 병원 병실에 홀로 누운 채 처음 얼마는 고통을, 다음 얼마는 불안을, 마지막 얼마는 지루함을 견뎠다.
그 병실에 있던 넉 달 간, 많은 이들이 들고 나갔다. 손가락이나 발가락, 팔과 다리가 잘린 이들이 찾는 병원엔 환자가 끊이질 않았다. 나와 같은 교통사고 환자와 공장에서 다친 이들이 거의 대부분을 이루었다.
신기한 건 나이가 꽤나 어린 환자도 적잖이 있었다는 점이다. 차를 몰기엔 어려보이는 이 아이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 그건 그들이 실업계 고등학교, 요샛말로 하자면 마이스터 고등학교 등 특성화 학교 학생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왜 신체가 잘려 병원에 왔을까. 조금씩 그들의 사연을 듣게 되면서 나는 이 나라가 기댈 곳 없는 이들을 너무나도 쉽게 사지로 몰고 있음을, 또 그 위험을 감당하는 노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