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말하는 화이트 칼라 직업이지만, 책상에 앉아 온전하게 일 할 수 있는 날은 많지 않다. 책상 앞에서 보내도 회의다 수업이다 행정 업무가 많은 날에는 쫓기듯이 하루를 보내게 된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는 없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수업도 대략 마무리되고 당장 급한 일이 있지 않은 때, 내가 일을 선택할 수 있을 때, 나의 우선 순위가 드러난다.
아침에 책상에 앉자 내 앞에는 몇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중요하지만 다소 기계적인 업무 처리(채점과 성적 산출)도 있고, 중요하지만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 일(책 교정), 의미가 있지는 않지만 해야 하는 일(컴퓨터 수리), 그 밖에도 동료 연구자의 긴 이메일에 답하고 잠재적인 연구 과제에 대해 문희하는 일 등이 있다. 내가 선택한 일은 교정 보는 일이다. 그 일이 가장 하고 싶었다.
책 작업 마무리를 선택한 것은 일의 중요도도 있지만 마무리에 대한 조바심도 있다. 오늘 할 필요가 없지만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