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나
10
글
16
팔로워
22
팔로잉

경나

으른이

으른이 예술가에요. 글과 그림을 좋아해요.

경력
문화/예술/스포츠
프로필 공유로 응원하기
경나
경나

무당벌레

    무당벌레 비석 위 얼룩 얼룩무당벌레 아빠 보고 온 날    동그란무당벌레    얼룩 얼룩   내 눈물자국이 날아가네         어느해인가 한 마리가 아닌  작은 주황나비들같았다. 머리카락에도 붙고 자켓에도 붙었다.  작은 브로치들처럼 잘 떼어지지 않아서 나는  맑은 오후 햇살을 받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서서 통통 뛰었던 기억이 있다. 내 주위를 맴돌기도 하다가 파란 하늘로 날아가는 무당벌레들은 해질녘이면 돌아올 것 같았다.  무덤가를 지키는 이들이었으니까ㆍ     나:   좀 무서운 곳이지 않니?   무당벌레들:  뭐가? 나:  죽음 말이야. 그  말을 무심  무심 듣는 주황빛 무당벌레들은 아름다워보였고 삶에 호기심이 있는 것 같았다.  몇해 지난 어느날 왜 뛰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때처럼  서서 통통 뛰었던 날이 있다.  나의 마음속으로 정령들같은 무당벌레들이 날아들어왔고 그날 오후는 평온해졌다ㆍ   
문화/예술
1
경나
경나

초딩 혼자 클리어

  나에게는 은아씨, 라고 부르는 지인이 있다. 브런치 카페 사장님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는 카톡 프로필 사진을 가끔 바꿔주는 편이다. 며칠전에는 이런 안내문을 올렸다. ‘추석에 정상영업 합니다’  오늘 오후에 보니 또 그새 바뀌어 있었다. 세수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는 식탁에 앉아 그녀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열었다.            졸라 고르곤이 맛있어요, 라는 것 같다.  나는 은아씨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웃음 끝에 여름에서 가을이 오듯이 마음이 우울해졌다.  초딩 아이가 먼저 은아씨의 피자맛을 보다니.  나는 은아씨의 데이고 음식 만드느라 더 주름진 손 끝을 보고도 깜빡 잊었었다.    무슨 일이 그리 바빠서 나는 내 곁에 오래 있어야 할 지인들 그 마른 낙엽같은 마음을 놓치고 있는 것일까. 다정함이란 마른 낙엽에 떨어지는 물기같은 것이 아닐까. 마른 낙엽이 촉촉해지는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같은.   오늘 저 초딩 동심에 크게 한 방 맞았다. ...
문화/예술
경나
경나

추석에 꽃뱀이 왔다

뱀이다! 마당에서 몸을 말고 있다 머리는 서 있다주황색과 검은색이 섞였다혀를 에베베베베베베베베베약올리는 것 같아 오해도 많이 받겠다 싶다마당 길냥이들이 뱀을 잡아두고 있다 추석에 꽃뱀이 왔다강렬한 꽃 한송이가 불쑥 피어난 것 같이 며칠전 마당에 사춘기 소년처럼 코스모스가 피어놀랐었다. 마당을 걸어 올라오다가언제 왔니?부르지도 않았는데,언제 왔니?  사람 나이로 겨우 스무살 넘긴어린 꽃뱀 같다. 들쥐나 개구리를 쫓아왔니긴 나무막대기를 쥐고는 가~~~~~ 길냥이 한마리가 어디선가 얼른 다가온다.흰둥아!내 소리에 멈칫, 하고그순간 꽃뱀이 스르르 길게 자란 풀숲으로 사라져가고 있다이름하나 지어줄까. 뱀을 이름지어준 적은 없었다요즘은 누구이든 마음속으로 들어오면 이름 지어주고 싶다    오늘에서야 보잘것없는 나는 꽃뱀을 지킨 것이고 길냥이들은 나를 지키고저 어린 꽃뱀은 이 추석에 누구를  지키기 위해 사라져가는 것일까보름달에게도 이름 짓고 싶은 날이다.
문화/예술
경나
경나

고양이의 피부비결

   고양이의 피부 비결          이아옹~       밥솥에서   김이   증기기관차처럼   뿜어져 나올 거야.       안개처럼   하얀 김이 나올 거야.       그 김을 쐬는 거야.       촉촉   분홍 코   분홍 발       스물 세 시간만 더 잘 거야. 우리집에는 고양이가 엄청나게 많다. 집 안에서 사는 고양이가 세 마리 마당에서 사는 길냥이가 열 두 마리다. 열 두마리는 내가 불러온 게 아니고 자기들이 알아서 와버렸다. 갔으면 좋겠는데 절대 안 간다. 고양이들은 나쁜 놈들이다. 나는 아는데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런데 왜 키우느냐고 묻겠지.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되묻고는 밤에 몰래 그 집 앞에 길냥이 다섯마리만 놓고 오고 싶다. 물론 그래도 그놈들은 다시 나를 찾아오겠지만.   정말 못되게 생긴 놈들.
문화/예술
1
경나
경나

나는 유령퇴치사

   나는 유령 퇴치사          봄이면 소리없이   마을에 나타나요      ‘우리 부탁을 들어줘요...      ..........      우리 이야기를 들어줘요...    ......’      민들레 홀씨들이에요   하얀 유령들 입으로       후우우우우    불어주었어요       민들레꽃은 아픈 곳에  더 핀다.     '내년에는 더 아픈 곳에서 피어나야 해.'     홀로 어딘가에 깊이 숨어 있거나 누워 있다가    봄이 되어  부스스 일어나 피는 것 같았다.       봄이 떠나갈 때    투명한 하얀 빛으로 날아가는 유령들을 본다.    노오랑 색은 다 귀엽다    하얀 민들레 홀씨는 아프다.    잡으려고 하면 떠나가고 있었다.   봄이 지나 유령들은 떠나고    나는 아직 여름, 가을, 겨울 살아내야 하지.                
문화/예술
경나
경나

호박벌

   호박벌       살 빼고 싶은뚱보 호박벌     미끄러울까봐손에 노랑 가루 묻히고    호박꽃 안으로들어갔어요     으차~물구나무    살 좀  빠진 것 같니?        호박벌을 보면 마음이 편하다.   어느 유명한 작가는 호박을 보면  마음이 그리 편하다고 한다.       맘껏 먹어도 귀여운 저 호박벌,    호박벌  궁둥이    맘껏 먹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당신은 맘껏 먹어도 귀여워요'    호박벌이 그런 말을 해줄 것 같았다.      '당신을 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배롱나무가 우리집 마당에 피었다.     작년에 배롱나무 한그루 심었을 뿐이다.    호박벌이 오다니    벌들이 오지 않는 세상속에 살고 있다가......    궁둥이를 흔드는 저 호박벌    내년에는 저 궁둥이를 흔들며 친구를 데려올 거야.                           
문화/예술
2
경나
경나

신문지

   신문지       신문지는 노인이 되면 바빠요.   시든 대파의이불이 되어주고   깜깜한신발장 안에도들어가 있고   튀어오른손톱 발톱도받아야 해요. 깨진 유리는안아주지요. 어두운 구석에서는아직 일자리를 찾지 못한신문지들이 옹기 종기찬 바닥에 모여 있지요.     오늘 주방 정리를 한다고  오래 묵은 간장병과 꿀, 액젓과 설탕이 들러붙어 있는  부분을 깨끗이 닦았다.   신문지를 깜박 잊고  깔아놓지 않아서인지  바닥은 더 지저분해져 있었다. 치우느라 시간이 더 들었다.   낡은 신문지를  주방 바닥에 깔아놓으니 큰 일을 하나 해놓은 것 같았다.   깊은 통찰을 품은 낡은 신문지는  바빠질 것이고 더  아프겠지. 하루만이라도 자유로운 여행을 떠나기를 낡은 리어카에 몸을 싣고 따사로운 날같이 둥실 떠올랐으면 한다    \   
문화/예술
2
경나
경나

나는 상춧잎 달팽이

나는 상춧잎 달팽이         잠이 와 잠이 와      잠이 와 잠이 와        걱정마       내  두뿔은   자명종          찌르르르르르르르르릉      텃밭에서 상추를 따온다.       상추를 수돗물에 씻을 때 꼭 따라붙어 들어오는 달팽이들이 한 두마리 있다.      상추쌈 먹고 있다가 어디인지도 모를 곳으로 잡혀 왔으니 달팽이들은 억울하기도 하겠지.      수돗물은 폭포수같겠다.       어떤 날은 바빠서 상추를 씻지도 못하고 흙이 묻은 채로 비닐봉지에 담아  그대로 냉장고 야채실에      넣어둔 적이 있다.       하루  지나서 먹으려고 열어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 두 귀를 뿅 뿅 내밀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죽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이니.     두 손으로 달팽이를 조심조심 들어 텃밭으로 옮겨주었다.                
문화/예술
경나
경나

부엉이 사진사

   부엉이 사진사         나무 위에    앉아    달 사진을    찍어요          바위 틈   웅덩이에   달을  담그고         귀   쫑긋   얼굴을 담그고       사진이   나오기만   꼬오박   기다리지요                       폭우가 쏟아지던 어느날,   부엉이 한 마리가 더 날지 못하고 우리집으로 찾아 들어왔다. 처음 본 순간부터 부엉이다! 싶었다.   뒤늦게 부엉이가 아니고 황조롱이라는 것을 알았어도  내 마음에는 이미 부엉이 한 마리가, 그림 속   눈처럼 또렷하게 들어와 있었다.    시간은 또 흘러 어느 작은 술집에서 작은 부엉이를 또 만났다. 주인이 외국 여행에서   사온 기념품이었다. 동그란 시계 속을 지키던 부엉이를 보며 비에 깊이 젖은 채 하늘을 보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때,나는 조금이나마 날아가는 것 같았다ㆍ         
문화/예술
경나
경나

너서리 바서리

이 너서리 바서리 그림책이 마음에 든다. 나는 무명작가인데 글을 통 안 쓰고 있었다. 이 책이 좋아 다른 이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너서리 바서리는 영국의 전래동요나 동시인데 이것이 미국으로 넘어가 마더구스가 되었다 영국책이 아니고 삼례 그림책 미술관에서  한국어판으로 만든 찐 우리나라책이다. G. 그레이브스는 젊은 작가였던 것 같은데 ,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생사는 알 수 없게 되었고 원고 뭉치만 남겨졌다고 한다. 2018년 어느날, 영국의 고서경매에 이 원고가 나타나서 우리들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아기 무지개 이른 새벽의 장밋빛으로 사랑스러운 아기 무지개가 태어났어요. 아기 무지개는 마술 미끄럼을 타고 바다로 내려왔어요. 그리고 밀물을 타고 해변에 도착했어요. 아기 무지개는 초원을 달리며 이슬을 물들였어요. 거미줄도 무지갯빛으로 물들였어요. 아기 무지개는 화창한 낮 시간 내내 열심히 붓질을 해서 나비와 벌레 그리고 꽃들을 ...
문화/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