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플라스틱 컵에 사각 얼음을 수북이 채워 넣었다. 유리컵에 넣으면 더 좋겠지만 이젠 없다. 냉장고를 눌러 묵직한 콜라를 꺼내 싱크대로 가져왔다. 밀봉돼 있는 빨간 뚜껑을 익숙한 손가락 그립으로 잡고 살짝 돌렸다. 치익... 애매한 봄날임에도 이 소린 언제나 찌릿하다. 묵직한 덩어리가 일그러지지 않게 적당한 힘으로 붙잡고 얼음이 가득 찬 컵에 비스듬히 기울였다. 까만 끈적한 단물이 얼음을 만나 더 찌릿한 소릴 내며 짙은 향을 부풀렸다. 지들끼리 부딪친 활기찬 탄산이 내 얼굴까지 튀어 올라 조심성을 탓한다. 내 지각력을 가늠하며 부풀어 오른 거품에 콜라를 찰랑할 때까지 가득 따랐다. 아슬아슬하다. 컵 테두리에 아슬하게 걸려있는 액체가 마치 젤리처럼 몰캉해 보인다. 자. 이제부터다. 살짝만 흔들려도 균형이 무너질 이 녀석을 어떻게 내 방 책상까지 가져갈지. 마치 게임에서 주는 퀘스트 같다. 우선 조심히 오른손으로 플라스틱 컵 중간을 잡고, 이때 너무 힘을 주면 안 된다. 부드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