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납치사건-유신체제를 뒤흔든 뇌관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01
김대중납치사건-유신체제를 뒤흔든 뇌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원고)
   
   
글 박선욱
   
   
1.납치
   
1972년 가을, 김대중은 고관절 치료를 위해 일본에 가 있었다. 그는 비상계엄령 하에서 유신헌법이 통과된 소식을 접하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는 곧장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계엄령 선포는 반민주적인 조치이다. 나는 민주적 자유를 원하는 조국의 동포들과 더불어 기필코 박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저지할 것이다.”
김대중은 귀국을 미룬 채 일본에 머물며 반독재 민주화투쟁의 전면에 나섰다. 그는 잇따라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해외 언론에 한국의 독재 상황을 긴급히 알렸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순회강연을 통해 한국의 폭압적인 정치 현실을 폭로했다. 김대중은 미국에서 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회의(한민통)를 결성하여 유신반대운동에 박차를 가했다.
1973년 7월, 일본으로 돌아온 김대중은 한민통 일본 지부 결성에 힘을 쏟았다. 한국 정보부의 감시는 더욱 심해졌다. 7월 18일, 김대중은 계간 《세계》지의 편집장 야스에 료스케와 대담을 가졌다. 김대중은 이 대담에서 박정희 독재체제에 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야스에 편집장이 “선생님의 신념은 무엇입니까?” 하고 묻자, 김대중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캄캄한 밤이라도 내일 아침이면 태양이 반드시 다시 뜬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나는 악마가 지배하는 지옥에 떨어져도 신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그리고 나의 신앙은 역사이다. 나는 역사에서 정의는 절대로 패배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 또한 나에게 유일한 영웅은 국민이다. 국민은 최후의 승리자이며, 양심의 근원이다. 나는 이런 신념하에 살고 있다.”
김대중은 도쿄의 하라다 맨션에 머물고 있었다. 그 맨션은 야마노테센(山手線)의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 역에서 도보로 3분 정도 걸리는 번화가에 위치해 있었다. 12층 건물의 1층에는 도시은행과 찻집이 있었다. 그 주상복합 건물의 11층 7호실이 김대중의 사무실 겸 주거 공간이었다. 스무 평가량 되는 1107호실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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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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