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신혼집으로 이사를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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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nDun C · 30대 뇌졸중환자의 일상
2024/07/23
  다들 안녕, 저는 오늘도 골골대는 중인 던던 씨에요. 오늘은 병원도 다녀오고, 비도 오고, 병원 다녀오는 길에 비가 와서 더 골골대는 중이지만 좋은 일이 있어서 또 글을 쓰러 왔어요.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오빠가 하나 있어요. 저는 비록 불임에 병도 깊어 결혼은 완전 포기를 하고 있지만 오빠는 집안 장남에 종손이라 어떻게든 결혼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동안은 짝을 찾기 쉽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버지는 알콜성 치매, 동생이라고 하나 있는 건 언제 죽을지 모르는 중병 환자다 보니 집안 꼴이 엉망이라 이미 4번이나 결혼이 깨졌거든요. 오빠는 집안 문제가 아니라고, 자기가 안 맞았다고 하지만 솔직히 동생 입장에서는 빤히 보이는 게 있잖아요? 그렇게 사이가 좋고 애정표현이 뿜뿜하던 사람들이 저희 가족을 만나고 나면 얼굴색이 바껴요. 물론 오빠가 결혼한다고 아버지를 바로 모시고 살 건 아니지만 언젠가는 아버지 부양을 해야 할 거고, 시누이라고 하나 있는 건 손가락 마비로 젓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는 중증 환자... 어떻게 봐도 박복한 집안이잖아요?

  물론 아버지도 기초수급자라 나라에서 돌보고 있고, 저도 기초수급자에 원고작가 일을 하면서 제 생활은 책임지고 있지만 남들 입장에선, 특히 새언니 입장에선 부담이 되지 않을 리 없죠. 언젠가 저 환자들...을 돌볼 생각을 하니 갑갑했을거구요. 거기다 오빠는 종손 중에 상 종손이라 부담이 되면 더 됐지 덜하지는 않았을거구요.

  오빠가 왜 상 종손이냐면, 저희 집안은 거의 조선시대를 그대로 뜯어다가 붙여 놓은 것 같은 집안이거든요. 제사만 12개 쯤 되고, 선산은 남자만 올라갈 수 있고, 남자 일족들이 벌초를 하면 99칸짜리 본가를 여자일족들이 청소를 해야 하고, 집성촌이 있고, 촌수가 약간 꼬여서 할아버지, 할머니 뻘 되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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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변성, 중증천식, 뇌경색에 뇌종양. 더 생길 병은 없을 줄 알았는데 부정맥은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주의)로 진화... 이제 조금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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