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은 잘 풀어야지 싹둑 자르는 게 아니다. | 나는 ‘옥마’

살구꽃
살구꽃 · 장면의 말들에 귀를 모아봅니다.
2024/07/19

주문한 옥수수가 왔다. 택배로 올 줄 알았는데 현관앞까지 청년 두 사람이 직접 배달했다. 해마다 S교회에서는 감자 혹은 옥수수를 심고 이맘때 주문을 받는다. 교회공동체에서 서로 봉사하고 판매되는 금액은 선교자금으로 사용한다. 아마도 같은 지역에서 택배비도 아끼려고 직접 배달하는 것 같다. 

20개 한 망짜리 옥수수는 초록색 망사 망에 단단하게 묶였다. 어떻게 묶었는지 잘 풀러지지 않았다. 끈을 자르려고 주방용가위를 집어 들다가 다시 제자리에 꽂았다. (시)엄니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끈은 잘 풀어야지 그리 싹둑 자르는 게 아니다.” 

엄니를 생각하면서 찬찬히 끈을 풀었다. 꼬이고 묶인 끈이 풀리자 ‘엄니 말씀이 언제나 옳아요.’라는 말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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