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교육리더십을 상상하며

교실밖
교실밖 · 읽고 쓰고 걷는 사람
2024/03/28
안전하고 평화로운 교실에서 열정적인 교육활동을 하고 싶은 것은 모든 교사들의 소망이다. 내가 하는 교육활동이 학생의 바람직한 성장에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은 교사들의 정체성 확립과 직무 효능감을 위해 꼭 필요하다. ‘나는 이 학교에서 꼭 필요한 존재야’라는 느낌은 교사에게 지속적인 열정을 발휘하는 동력이다. 

2023년 한국의 학교는 교육활동 침해라는 구체적 경험을 통해 교사의 정체성과 효능감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위협은 어느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여러 층위를 통해 구조적으로 상당 기간 누적되어 온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의 권리를 보장하는 법과 제도는 학교의 안정화를 위한 최소 조건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에만 과잉 의존하면 학교 본연의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 학교를 학교답게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어느 기간 집중해야 할 특별한 조치가 아니라 지속적 관심과 노력, 구체적 조치의 이행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 

지금 학교는 교육활동 침해에서 비롯한 기능 위축 외에도 다양한 위협 요인들이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구조의 변화, 심화하는 교육격차, 전인적 발달을 외면하는 대입 중심의 평가 체제, 균형을 잃은 교육재정 투입, 디지털, 인공지능 등 에듀테크의 도입, 여전한 투입산출 기반의 교육행정, 사교육의 창궐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교육문제는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에서 좋은 학교라는 통념은 ‘우수한 학생을 뽑아 더 많은 학습을 투입한 후 상위권 대학에 보내는 것’이다. 우수한 성취를 보이는 학생들은 선발권을 가진 소수의 학교에 입학하여 집중적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학교를 정상화하는 노력은 ‘공부를 덜 시키는 학교’라는 왜곡된 프레임으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서 후 순위로 밀린다. 학교효과보다 선발효과에 기대는 것은 한국 교육의 오랜 병폐이기도 하다. 이러한 질곡의 상황은 학교개선을 위한 노력을 무색하게 한다. 고등학교에서 혁신학교가 정체 현상을 보이는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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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고민한다. 몇 권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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