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포럼 1188호-<서울의 봄>, 그 겨울의 거울-정근식(서울대 명예교수)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12/12
다산포럼 1188호-<서울의 봄>, 그 겨울의 거울
   
정근식(서울대 명예교수)

12.12 군사쿠데타가 일어난 지 44년, 이 사건의 아스라한 기억을 일깨우는 영화 <서울의 봄>이 수백만 시민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따뜻한 봄이 아닌 추운 겨울, 그날 저녁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불과 9시간 동안 일어난 군 내부의 권력투쟁을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국가에 대한 충성이나 진정한 군인의 용기가 무엇인지, 그리고 진실의 역사는 어떻게 쓰여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주지하듯이 이 사건은 한국의 1980년대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결정한 것으로, 다시 한번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을 배반하고 군사독재를 연장시킨 분기점이었다. 어쩌면 당시의 사회구조가 군사독재로부터 민주주의로의 급진적 이행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날의 군부쿠데타는 1961년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정치적 명분이 없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쿠데타의 주인공들은 곧바로 정권을 장악하지 못하고, 시간과의 지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국가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기 위하여 또 다른 명분이 필요했다. 이것이 바로 ‘서울의 봄’과 예외 상황의 창출이었다. 지금도 1980년 5.18이 이들의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었는가에 관한 논쟁이 잠복하고 있지만, 이들은 수많은 광주 시민들의 생명과 유력 정치인들의 명예를 희생양으로 삼아 현실권력을 장악했다. 그러나 이들은 진실의 세계를 장악하지 못했다.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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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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