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빼곤 다 볼 수 있어요. [보이지 않자 비로소 보게 된 것들] 3화

조영주
조영주 인증된 계정 · 소설을 씁니다.
2023/12/14
처음 들어갔던 진료실은 한 명의 의사와 한 명의 간호사만 있었다. 세로로 긴 형태의 진료실로 창문도 없어 무척 좁다는 인상을 받았다. 김종우 선생님의 진료실은 달랐다. 두 명의 간호사와 한 명의 전공의가 함께 있었고, 선생님의 등 뒤로는 커다란 창이 있어 전체적으로 밝은 인상을 받았다. 
   
들어가서 일단 인사를 간단하게 한 후 의자에 앉았다. 선생님은 "어서 와요"라고 말한 후 전공의와 함께 그간 받은 검사 결과를 모니터에 띄우고 들여다보며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눴다. 처음 듣는 단어라서 무슨 이야길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두 의사의 대화가 조근조근하게 진행되었기에 그렇게 큰 문제는 없나보다 싶었다. 
   
선생님은 간단하게 내 눈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수슬은 언제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 후 내게 뭔가 궁금한 게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5층의 여의사에게 물었던 질문을 반복했다. 
   
“평택에서는 심각한 거라고 했는데 바로 수술을 안 해도 괜찮나요?”
   
“괜찮아요.” 
   
“언제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할까요?” 
   
“한 달 정도는 자세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속 누워서 있어야 하는데, 그 자세로 가볍게 텔레비전을 보거나 하는 건 큰 문제가 안 돼요.”

이 말에 속으로 안심했다. 텔레비전을 볼 수 있다면 컴퓨터 모니터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글도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워드 작업을 하거나 책 읽는 건 무리일 거예요. 한 3개월 후쯤부터 가능하다고 보는 게 좋아요”
   
... ... 아? 
   
순간 멍청한 표정이 됐다. 워드작업을 못하고 책을 못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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