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망생일지] 2023년 1월 22일, 오늘의 황섬은?

토마토튀김
2024/01/22
2022년도의 글을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같은 일, 오늘도 어제도 계속 똑같이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조금 분석해봤습니다. 햇수로 벌써 3년 차 같은 짓을 반복하는데, 달라진 점이 없다고? 그럴 리가 없다 하고요. 자, 시작합니다! 

2022년

지난 번 제출한 기획서가 한 마흔 장 가까이 되었는데, 완전 까였거든. 왜 그랬는지는 너무 알겠다. 성의도 없이 그냥 '초고'를 낸 거나 다름없었다. 정말 내가 왜 그랬나, 정신이 나갔나 싶을 정도로 이상한 문장들 범벅이었다. 그걸 읽고 있었을 사람들에게 미안할 정도로. 하지만 내게는, 그 기획서 없으면 이제는 안되겠다. 
나만 알고 있는 수많은 기억들이 모두, 창피한데, 빼곡하게 들어가 있었다. 
와, 오늘 기억 못 할 일마저도 그 기획서 보면 다 들어가 있다. 너무 어처구니 없는 곳에 떡 하니 들어가 있어서 너무 귀엽고 웃기다. 그걸 쓸 당시에는 내가 (약간은 미쳤지만) 다른 방향으로 버닝을 했구나.

2024년 

2023년 1월 22일의 나는 여전히 드라마 기획서를 쓰고 있다. 이 글을 쓸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이야기로 오물짝 조물짝대고 있다. 그리고 이번 버전의 기획서는 여전히 나에게 글이 앞으로 나갈 방향을 알려주는 지도가 되어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에서 '회의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아니할 수 없다. 
열 살 때, 우리 반 까불이 남자애한테 들었던 나폴레옹 이야기다. 

나폴레옹이 이탈리아에 주둔한 오스트리아 군과 싸우기 위해 병사들을 거느리고 피의 알프스 산맥을 넘은 이야기는 엄청 유명하다. 천신만고 끝. 한 봉우리에 올라가서 나폴레옹 외치셨다.
- 으아아~ 여기가 아닌가벼~
병사들은 얼마나 힘이 빠졌겠나. 그래도 죽을 힘을 다해 내려와서 다시 다른 봉우리로 올랐다. 그리고 까무러쳤다. 
- 아까 거긴가벼~ 

회의의 가공할 신비랄까. 회의가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참석 인원이 많으면 많을 수록 결론은 맨 처음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역시 방향은 처음 원작으로 돌아가고 있고, 나는 결코 까무러치지 않는다.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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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으며 글을 씁니다. 에세이집 <시나리오 쓰고 있네>, <아무 걱정 없이 오늘도 만두>, <어쩌다 태어났는데 엄마가 황서미>를 발간했습니다. 지금은 드라마와 영화 시나리오를 씁니다. 몰두하고 있습니다. 일 년 중 크리스마스를 제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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