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호
노경호 · 연구자
2023/11/04
1. 말하는 정치인, 이준석
나는 2021년 5월 즈음 이준석이 당 대표 후보로 선전하고 있을 때 "기성 정치인들 중 몇 안 되는 논리적인, 그러니까 논변으로 말하는 사람", 즉 "말하는 정치인"이라고 쓴 바 있다. 그러나 그 말하기는 동시에 "쟁론적(eristike, eris=불화, 논쟁, 갈등의 여신)"인 것, 즉 "남을 이기려는 태도"에 기반한 것이라 비판하기도 했다.

(당시 쓴 글은 다음과 같다: https://alook.so/posts/dztXPq0)

시간이 지나 결국 그가 당 대표에서 석연찮은 절차 속에 쫓겨나간 뒤 신당을 차린다 만다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을 보면서, 나는 이준석과 이준석에 맞서 우려한 많은 사람들 사이의 전선 혹은 대립의 경계선이 새롭게 그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여전히 "말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는 철회할 필요가 없다. 그는 당 대표로 있는 자리에서 전장연 대표 박경석과 토론했던 거의 유일한 현실 기성 정치인이었고,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도 여러 차례 토론을 하기도 했으며, 현재도 조정훈 의원과 토론을 시도하고 있다. 훈화 말씀 비슷한 기성 정치인들의 뻔한 말들이나 정보 나열 등으로 채워진 '들을 재미가 없는' 연설과 달리, 광주에서의 당대표 순회유세 연설이나 의원총회에서의 연설 등으로 화제가 되는 몇 안 되는 인물이기도 했다. 아무도 나오려 하지 않는다며 혼자 '보수'를 대표해 시사 방송에 출연해 말하는 것을 피하지 않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2. 이준석이 빠진 위기의 정확히 어떤 위기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대선 때부터 지금까지 목격하고 있는 정치인 이준석이 빠진 위기(?)는 정확히 어떤 위기인가? 시사평론가라는 유창선 씨의 말마따나 "젊은 정치의 철학과 비전은 없고 ‘입’만 살아있는 정치, 개인에 대한 집착에 갇힌 이기주의적 정치, 남녀 갈라치기 정치"(https://alook.so/posts/potb1Wm)의 필연적인 귀결인가? 이 평가가 정확한지는 더 이야기해볼 여지가 있겠지만, 나는 각각의 부정적인 연언지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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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고대철학과 정치철학을 공부합니다; 번역: <정치철학사>(공역, 도서출판길, 2021), <자유주의 이전의 민주주의>(후마니타스, 2023); 신문 <뉴스토마토> 시론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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