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 둘이 좋은 이유’ 자식 농사도 규모의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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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02
By 김영주 alookso 에디터
외동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3월 발표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태어난 아이 24만 9000명 가운데 첫째아는 15만 6000명으로 62.7%에 달한다. 60%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자녀를 딱 한 명만 낳고 더 낳지 않는 부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합계출산율 0.7명인 나라에서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니다. 앞선 인터뷰에서 만난 워킹맘 네 명 가운데 세 명도 외동 자녀만을 두고 있다.

💡 “맞벌이라서…” 정유진(6세 양육, 아나운서)
한 명을 공들여 잘 키우고 싶은 부모가 많은 것 같다. 아이에게 들어가는 자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맞벌이 가정은 시간과 체력이 부족하다. 아이를 국제학교에 보낸 것도 비슷한 이유다. 교육의 질이 높고, 저학년도 늦게 하교한다. 일반 초등학교에 보냈다면 학교가 12시에 끝나서 맞벌이를 지속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 “2명은 엄두도 안나” 하서연(가명, 7세 양육)
딸에게 해줘도 해줘도 부족한 느낌만 든다. 한 명도 벅찬데 두 명은 어떻게 감당할지 엄두가 안 난다. 주변 다자녀 엄마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셋째에겐 첫째만큼 못 해준다고 한다. 책이나 장난감을 언니, 오빠 수준에 맞춰야 한다. 첫째만큼 노력하지 못할 것 같아서 다자녀를 포기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하나보다 둘이 낫다고 말한다. 그는 여성의 경제 활동과 경력 단절 같은 주제를 연구하며 커리어와 가정을 주제로 칼럼도 꾸준히 써왔다. 

민 교수는 대학교 새내기와 중학생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하다. 이번 인터뷰에선 학자가 아닌 워킹맘으로서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저출산이 심각하니 아이를 낳으라는 식의 전체주의 발상으로 보일까 우려하면서도 아이 키우는 보람과 즐거움을 전하고 싶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 “아이 키우는 환경은 나빠지지 않았어”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어릴 때 받은 혜택을 보면 첫째보다 둘째가 더 컸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0세부터 아이를 받기 시작했고, 어린이집 보육료도 전액 지원됐다. 둘이 5살 터울인데 그 사이 육아 환경이 더 나아진 것이다. 정부의 금전적 지원은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만 0~5세 아동의 부모는 부모급여와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다. 부모급여와 보육료를 함께 받으면 영아 아동 1명당 월 최대 지원액은 현재 111만 3000원이다. 내년에는 물가상승률 전망치(2.3%)의 두 배 이상인 5% 올리기로 결정했기에 월 최대 지원액은 116만 9000원이 된다. 이처럼 정부 지원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음에도 아이 키우기 어려워진다는 인식은 계속 강해진다. 왜 그런 것일까? 

  • “교육 요구 수준이 높아진 것” 민세진 교수
아이가 귀해졌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나며 아이에게 경제적으로 투자할 여력도 훨씬 커졌다. 실제로 어린이집, 유치원은 줄줄이 폐업하는 상황에서 값비싼 영어 유치원만 늘어나고 있다. 사교육 업계가 성장하는 건 여건 되는 사람도 그만큼 많다는 말이다. 한 명만 낳아 키우다 보니 아이 1인당 들어가는 돈은 더 많아졌다. 그러니 옆동네 어린이집 소문에도 예민하고 날카로워질 수 있다.

‘4세 고시’라는 말이 있다. 월 200만 원 영어유치원에 보내기 위한 레벨 테스트를 말한다. 지난 10월,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영어유치원(반일제 이상 운영하는 유아 대상 영어 학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도 계속 증가했다. 서울시 영어 유치원은 2020년 294곳에서 지난해 329곳으로 늘어났다. 월 교습비도 대학등록금 수준이다. 전국 평균 174만 5000원이고, 가장 비싼 인천은 평균 218만 7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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