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슬] 내가 아는 당신

윤지슬
윤지슬 · 콘텐츠를 다루고 만듭니다
2023/03/04
 내가 아는 당신


 외조부를 생각할 때면 풍경 하나가 떠오른다. 내가 그의 집에 지내던 열세 살 어느 날, 슈퍼에서 사온 금방울빵을 나눠먹던 순간이다. 그때 그는 나에게 진지하게 말했다. '이 빵은 참 맛있단다'. 나도 진지하고 예의바르게 예, 하고 답했다. 그래서 외조부를 기억할 때, 그가 금방울빵을 좋아했다는 게 자꾸 기억난다.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건 고작 그 정도다. 그가 나를 다 몰랐듯이.

 외조부와 나는 이 년을 한 집에 살았고 더 많은 시간 그가 나를 돌보았으며 내가 그를 돌본 건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긴 생에서 찰나 같은 시절에 우리는 마주쳤다. 내가 아는 건 그의 삶의 아주 잠깐 뿐이다. 부모가 무서워 집에 돌아가기 싫다고 했다가 혼나던 어린 내가 자신의 딸 사위에게 당해야 했던 범죄를 그는 다 몰랐으리라. 어쩌면 알고도 외면한 순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겪은 전쟁이, 병이 어떤 것이었는지 나는 다 모른다. 알고도 외면했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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