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 당신은 어떤 사람이며, 또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2023/08/31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01.
영화의 시작과 함께 아파트 시대의 시작과 변모의 역사가 몽타주 영상을 통해 그려진다. 제 집 한 칸을 얻기 위해 온종일 모델하우스 인근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과 제 손에 달린 추첨공 하나를 덜덜 떨며 집어드는 모습. 이미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는 이들의 입으로부터는 이 콘크리트 공간 하나가 얼마나 아늑하고 편안한지에 대한 간증에 가까운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이곳에 제 보금자리를 마련하려는 이들의 열기가 뜨거워질수록 다시 지어지는 아파트의 평수는 점차 넓어져간다. 그리고 유명 가곡인 ‘즐거운 나의 집’의 선율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 땅의 모든 아파트가 삽시간에 무너지고 만다. 대지진이다. 단 하나의 건물, 황궁 아파트만 빼고.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대지진이 일어나 모든 것이 초토화되어버린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얼마나 넓은 지역이 폐허가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아마 국토의 전부가 쓸모 없어졌을 것이라 추정되는 디스토피아적 상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황궁 아파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절차도 체계도 모든 것이 무력해진 상황에서 아파트의 주민들이 각기 보여주는 군상과 그들의 선택은 영화의 작은 블록이 되어 콘크리트 유토피아라고 이름 지어진 유일의 아파트를 재건하기 시작한다. 어떤 인물을 대표로 내세워 이 상황을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내부적인 문제에서부터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외부인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곳곳에 산적해 있다. 다만 디스토피아적 환경 속에 홀로 내던져진 유토피아가 실제로 아름다울 수 있는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것이 이 공간,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가진 유일하고도 가장 큰 문제다.
02.
영화가 처음 조명하는 인물은 민성(박서준 분)과 명화(박보영 분)다. 두 사람은 극이 나아가는 쪽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력]
영화 칼럼 <넘버링 무비> 정기 연재
부산국제영화제 Press 참가 ('17, '18, '19, 22')
19'-20' 청주방송 CJB '11시엔 OST' 고정게스트 (매주 목요일, 감독 인사이드)
한겨레 교육, 창원 시청 등 영화 관련 강의 및 클래스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