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10년차, 갑자기 왜 배우가 되기로 결심한거야? -2편-

누비
누비 · 배우를 지망하는 대기업 직장인
2023/03/21
2편. 10년의 방랑자



대기업의 탑다운식 의사결정 구조 속에서 주체성을 말살당한 자의 공허한 마음은, 그간의 삶에서 돈으로 인해 충족되지 못 했던 욕망들을 추구하게 만들었다. 

대기업 직장인으로서 가장 큰 삶의 혜택은 안정적인 수입이었다. 내가 배우의 길을 선택하지 못 한건 순전히 풍족하지 못 한 자본 때문이었으니까, 바꿔말하자면 대기업 직장인을 선택한 이유는 풍족한 자본이었으니까, 이 돈으로 나의 꿈만 제외한 모든 욕망을 탐하고 충족해 나가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직장인이면서도 동시에 할 수 있는, 배우와 유사한 업으로의 조율이었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와 과외를 전전하며 어렵게 모은 돈으로 해외 배낭여행을 혼자 떠난 적이 있었다. 새로운 세계에 홀로 덩그러니 남겨지는 상황이 좋았던지라, 좋아하는 해외 여행을 매해 떠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직장의 휴가 사용이 자유로웠고, 휴일을 끼면 최대 3주까지도 해외를 나갈 수 있었다. 고전소설 읽기를 좋아했던 나는, 세계문학 서적을 읽고 그 속에서 흥미로운 도시를 발견하면 여행할 곳을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매년 여행을 다니면서 심적 공허감을 달래었고, 여행 에세이 작가라는 또다른 꿈을 꾸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외항사 승무원을 도전하기도 했다. 떠도는 삶이 좋은 거라면, 해외에서 사는 것도 좋았고, 승무원을 해서 이곳 저곳 여행을 다니는 혜택을 받는 게 좋아보였다. 

외항사 승...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배우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직장인의 절실한 마음짓, 몸짓을 기록합니다. 켜켜이 먼지 쌓아둔 꿈을 세상 밖으로 꺼낸 용기, 시작합니다.
2
팔로워 4
팔로잉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