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응변의 귀재 - 장도연 그녀를 응원해

루시아
루시아 · 전자책 <나를 살게 하는> 출간
2024/02/22
유튜브 '장도연의 살롱드립' 스크린샷

똑똑한 사람을 모아 놓은 직업이 무어냐 묻는다면 개그맨이라 답하고 싶다. 물론 의사, 변호사 등 주로 '사'자로 끝나는 직업군에 단연 스마트한 두뇌를 가진 이가 많겠지만 '임기응변'을 놓고 보자면 개그맨이 독보적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범한 내가 개그맨의 면접 현장을 알 도리는 없지만, 임기응변에 능한 사람들만 모여라 한 다음 그중에서도 월등한 자를 뽑아 개그맨 자격을 주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드니 말이다.

예전엔 스튜디오 내에서 녹화를 하고 가짜 웃음을 집어넣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스탠딩 무대에서 방청객과 함께 호흡을 맞춰가는 게 대세인 듯하다. 현장감과 박진감에 더욱 생생함이 느껴지지만 무대 위 광대를 자처한 개그맨이 느끼는 압박은 상당할 것이다. 객석에서 언제 어떤 반응이 나올지 몰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대사를 쳤을 때 폭소가 나온다면 더없는 희열을 느낄 테지만, 반대로 반응이 전혀 없는 관객의 리액션을 마주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아마 피가 마르는 일일 테지. 만일 내가 무대 위에 서있는 그들의 입장이라 한다면 수명이 반으로 줄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고백하자면 나도 개그 욕심이 좀 있는 편이다. (내향적이라며?) 먹을 것과 생필품만 내게 주어진다면 1년 열두 달을 집 밖에 안 나가도 살 수 있을 정도로 내향형 인간이지만 남들을 웃기고 싶은 욕심은 성향과는 별개인 듯하다.

학창 시절에 대화 도중 내 말을 귀담아듣던 친구가 푸하하 웃음이 터져 버리면 그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 터진 웃음은 쉬이 진정되지 않아서 툭툭 약한 잽만 날려도 불꽃처럼 계속 활활 타올랐다.(그렇게 웃기고 웃기고 또 웃기다가 나는 글에서까지 웃음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이런 역사(?) 때문에 나는 개그맨도 아니면서 개그맨들의 심정이 너무 이해가 간다. 한편으론 내심 궁금증도 일었다. 본인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포복절도할 거라 잔뜩 기대했던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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