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1과 평범성의 번뇌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4/01/31


나이키 에어포스1을 아시는지? 이름까지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지 몰라도, 신발 모양을 보면 길거리에서 자주 보는 그 신발이라고 알아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실제로 지하철을 타고 사람들의 신발을 유심히 관찰하면 한 칸에 한 명 이상은 반드시 이 신발을 신고 있다. 20대 친구들로 보이는 여행객 여성 세 명이 모두 디자인만 다른 에어포스1을 신은 모습을 본 적도 있다. 그만큼 10대에서 40대까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신발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50대는 왜 안 좋아하냐고? 이건 내 추측이지만, 50대부터는 슬슬 발과 무릎에 편한 신발을 찾게 되기 때문이다. 에어포스1도 에어쿠션이 들어간 만큼 평범한 스니커즈에 비하면 그럭저럭 걷기 좋은 신발이지만, 그 값이면 더 편하기로 정평이 난 신발을 고르고도 남는다. 말하자면 건강한 다리의 특권이랄까.

유지 관리의 편이성 때문에 나는 오래도록 어두운 신발만 고집하고 살았는데, 작년초부터 새하얀 에어포스1을 신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되었다. 정확히는 새하얀 색이었다가 약간 바래서 미색이 된 에어포스1을 신고 싶어졌다. 그때쯤 흰색 바탕에 남색과 적색으로 꾸며진 에어 맥스 90을 주워다 고친 터라 스니커즈 자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고, 족저근막염 때문에 중고 신발을 한참 뒤적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거리에서 남이 낡은 에어포스1을 신고 있는 것을 보면 이상하게도 보기 좋게 느껴졌다. 새것보다는 낡은 게 더 멋졌다. 나는 스타워즈에서 새하얀 첨단 우주선 따위를 만든 다음에 일부러 닳아빠진 모습으로 꾸며 허구적인 소품 느낌을 지우고 ‘실제로 오래 쓰여진 병기’처럼 만들어낸 기법을 참 좋아하는데, 약간 낡은 흰 가죽 신발에도 그런 멋이 있다. 빈티지의 멋에서 조금 더 나아가서 ‘실전용’임을 주장하는 듯한 생동감 있는 멋이다.

그런 이유로 작년 초에는 하얀 스니커즈를 중고로 이것저것 사서 신어봤다. 아디다스 스니커즈도 두 켤레나 신어보고 골든 구스도 복원해서 신어봤으며, 에어포스1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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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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