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불교운동연합 창립-반독재민주화 기치 내건 불교사회운동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5/16
민중불교운동연합 창립-반독재민주화 기치 내건 불교사회운동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아카이브 원고)

   
글 박선욱
   
“반민중적 권력 집단이 자행하는 폭력과 비민주적 제도는 철폐되어야 한다.”
1985년 5월 4일, 민중불교운동연합(민불련) 창립 선언문에는 이와 같은 단호한 의지가 서려 있었다. 단상에 올라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선언문을 낭독하는 사람은 자그마한 키에 다부진 얼굴을 한 여익구 의장이었다. 그는 창립 선언문 말미에 “간단없는 투쟁을 지속하여 불교의 민중화를 이룩할 것”을 참석자들 앞에서 엄숙히 천명했다.
창립 선언문을 낭독하던 여익구는 잠시 며칠 전을 떠올렸다. 창립 준비를 위한 비밀회의가 열린 날 밤, 그는 동지들과 함께 캄캄한 인왕산 기슭의 천막 안에 모여 있었다. 그날 밤 모인 사람들은 혹시 기관원들이 들이닥칠까 봐 온몸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러한 긴장감 따위는 없다. 기관원들이 온다고 해도 겁나지 않았다.
고문에는 월운 스님과 용태영 변호사가 추대되었고 지도위원은 고은, 김지하, 황석영, 장기표, 김승균, 성연 스님, 지선 스님, 성승표, 백영기, 김만선 등으로 구성되었다. 의장에는 여익구, 부의장에는 박진관, 김래동이 선출되었고 집행위원장에는 서동석, 기획위원장에는 현기 스님이 뽑혔다.
이로써, 진보적 불교인 100여 명이 참여한 불교 최초의 재야단체 민불련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후 불교계는 오랜 침묵을 깨고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민불련은 맨 먼저 기관지 《민중법당》을 발행했다. 기관지 매호마다 불교민주화운동의 이론과 실천적 대안이 제시되었다. 기관지에는 신군부의 5공 독재에 대해 눈과 귀를 닫아 건 불교계의 게으름을 일깨우고, 체제에 빌붙는 노예근성을 질타하는 글로 가득 찼다.
민불련은 출범 한 달 만인 6월 《민중불교》를 창간해, 불교 사상 최대의 훼불사건인 10․27불교법난 관련 특집기사를 2호에 내보냈다. 뿐만 아니라 5․18광주항쟁과 계엄군의 학살 만행에 희생된 민중들의 다양한 피해 사실들을 파헤쳤다. 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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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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