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소멸해 버릴 정도로. <본즈 앤 올>
2023/11/06
※'세상의 모든 문화'에 기고한 글의 수정본입니다.
루카 구아다니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8)으로 한국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확보하며 사랑받았다. 그런 그가 최근 소설 원작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사랑받는 청년 '티모시 샬라메'를 앞세워 영상미가 끝내주는 작품을 찍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전작만큼 사랑받지 못한 채 잊혔다. <본즈 앤 올>(2022) 이야기다. 아래부터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링이 포함돼 있으니 유의해 읽어주길 바란다.
무려 '식인'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본즈 앤 올>은 그 소재의 충격성 때문인지, 전작만큼 알뜰한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게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아니, 잊히지 않는다. 전작보다 더 잘 찍었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인상에 박힌다. 그것은 마치 귀엽고 곰살맞아서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이보다, 그 옆에 입을 쭉 삐집고 앉아있는 아이에게 눈길이 가는 것과 비슷한 심리일 것이다. 이 아이는 너무 솔직해서 대놓고 사랑을 갈구한다. 그 생생한 날것의 감정은 너무 뜨거워 주변의 사람들을 내쫓아버린다. 하지만 그 투명한 감정에 오히려 애정이 가는 것이다. <본즈 앤 올>은 사회성이 부족할 정도로 솔직해서 귀엽지 않은, 그러나 내 기억의 한 구석에 비집고 들어와 지워지지 않는 아이 같은 작품이다.
<본즈 앤 올>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식인 식성을 가진 소녀 매런(테일러 러셀)은 그 끔찍한 본능 때문에 일찍이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그런 자신을 잘 알아서 애정을 구걸하지도 못하는 매런은 티 내지 않아도 외로워 보인다. 그녀는 우연히 자신과 같은 취향의 리(티모시 샬라메)를 만나 함께 여정을 떠난다. 리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알려주며 매런과 가까워진다.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혹은 해...
2016년 한 영화잡지사에서 영화평론가로 등단.
영화, 시리즈, 유튜브. 문화 전반에 대한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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