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는데 시궁창 인생, 그녀 삶은 왜 이럴까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11/01
▲ 축복의 집 포스터 ⓒ 필름다빈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갓 스물을 넘긴 것처럼 보이는 가녀린 여자가 어째서 그토록 고달픈 삶은 사는지를 말이다.

그녀는 쇳가루 가득 날리는 열악한 공장에서 땀범벅이 되어 퇴근한다. 그 끝은 집이 아니다. 밤에는 식당에 나가 불판을 닦고 잔반을 치우고서야 돈 몇 만원을 들고 집으로 향한다. 그녀의 집은 재개발 지구로 지정돼 집들이 무너지고 있는 산동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있다. 물을 틀면 한참동안 녹물이 나오고 치안이 좋지 않아 문단속을 몇 번이고 다시 해도 불안한 그곳이 그녀의 집이다. 늦은 밤 집에 도착해서도 그녀는 쉽사리 문을 열지 못한다. 한참이나 문 밖에서 서성이던 그녀는 날이 밝은 뒤에야 집에 들어가 짐을 챙겨 나온다.

영화 <축복의 집>이 가장 인상적인 것은 15분여의 오프닝이다. 해수란 이름의 여자의 고달픈 일상을 대사 한 마디 없이 건조하게 보여주는 이 오프닝 시퀀스로부터 그녀가 가진 사연이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다. 만일 영화를 명도로 구분할 수 있다면 이 오프닝이야말로 가장 어두운 것일 게 분명하다.
 
▲ 축복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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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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