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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받습니다] 97년생, 기혼, 엄마 김수민입니다
2023/11/06
안녕하세요, 전 SBS 아나운서 김수민입니다. 저는 1997년생으로 흔히 말하는 MZ세대입니다. 올해로 스물 여섯. 특이한 점을 꼽자면 매스컴 속 MZ답지 않게, 위기의 출산율과는 대조적으로 현재 두 아이의 엄마라는 것입니다. 작년 겨울 첫 아이를 낳고 현재는 임신 중으로 내년 봄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평균 초혼 연령이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서 제 선택들은 많은 질문들을 불러오곤 했습니다. 스물 다섯살의 결혼과 출산. 한 세대 전만 해도 특별할 것 없었던 제 이력은 오늘날 꽤나 특이한 경험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오늘은 제 책 <도망치는 게 어때서>에서 다 이야기 하지 못 했던 ‘결혼 그 후’, ‘출산 그 후’에 대한 질문을 받아보려 합니다.
안녕하세요, 수망구님 💓 둘째 임신 소식을 듣고 많이 놀랬어요! 정말 축하드립니다! 결혼은 한 인간을 얻는 것이라는 말에 마음 깊게 공감하며 작성해주신 질문과 답을 모두 읽어봤어요. 필력이 날로날로 좋아지시는 것 같습니다🥹
저도 질문하고 싶은 게 있어요! 혹시 둘째도 성을 모성으로 하실 계획이실까요?
저도 결혼을 하게되면 제 성을 가진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여자입니다 ㅎ) 만약 두명을 낳으면 첫째는 모성, 둘째는 부성으로 하는 건 어떨까 막연하게 생각해봤는데.. 이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ㅎㅎ (둘이 어디가서 소개할때 배다른 형제냐는 소리를 들을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려주시는 모든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블로그도.. 기다리고 있어용🤍🌝
@sunnys74
좋아하는게 적성이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어요..!
음.. 제가 자라오신 환경을 다 알지 못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쭉 커오셨다면
해야하는 일을 하는 것, 숙제를 하는 삶에 익숙해져서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아무도 나한테 하라고 시키는 일이 없는 거죠. 사실 대학부터도 입학전부터 꼭 가야한다고 느끼지 못했거나 엄청난 활동을 기대했는데 기대에 못미치거나, 대학이 10대의 전부였는데 아무것도 아니라는 배신감에 진이 빠지는 걸 수도 있고요.
게다가 취업도 하고 싶은게 아니라 해야되는 데 귀찮은 걸 수도 있어요. 그럴땐 용기내서 좋아하는 걸 찾아보세요. 누군가는 돈을, 누군가는 글쓰기를, 누군가는 여행을 좋아할겁니다. 간혹은 좋아하는 회사가 있어서 덕질하다 입사할 수도 있겠죠? 덕질을 해보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자기확신은 .. 저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그렇게 보인다면 다행이고 감사하지만, 저는 저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도 대단히 자기 확신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있다면 사기꾼..? 삶 혹은 기업의 결정권자로서 뱉은 말을 지키고자 노력하고 그 말을 지킨 횟수가 늘었을 뿐이죠! 그게 쌓여서 자신감이 될 수는 있겠네요!!
@이철빈
가장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소아과 부족 현상입니다.
아이가 아플 때 입원 시킬 병상도 부족하고 큰 병원 소아과 자체가 적으니 장시간 이동해서 장기간 기다려야 진료가 가능합니다. 특히 여주라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살면서 더 느낍니다. 아이가 아프면 바로 서울의 가장 큰 병원으로 가자 다짐할 때가 많습니다.
좋았던 건 임산부 & 소아과 진료비 지원이예요. 입덧약이 보험적용이 안돼 비쌉니다. 이걸 진료비 바우처로 결제 할 수 있어 임신 기간 병원비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런데 제왕절개 수술입원비용이나 아기 응급실 비용은 바우처 결제가 안됐던 기억이에요. 목돈 나갈일이 가장 부담스러운 법인데 .. 그런 점은 아쉬웠습니다.
@이철빈
2) 기본적으로 나라에서 주는 70만원은 애한테 다 씁니다. 이유식 만드는 엄마는 아니라서, 분유,기저귀,이유식 모두 월 70이면 충분히 충당 가능합니다. 또한 0세 어린이집의 경우 월 보육료가 50만원으로, 나라 지원금에서 우선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보육료 외에 20만원 가량만 입금 되지요. 가정 보육의 경우는 베이비 시터가 있거나 주양육자가 홀로 봐야 하는데요. 저희 집은 출산 직후 국가 지원 산후 도우미를 4주간쓰고 입주 도우미와 8개월을 살았습니다. 벌어서 다 보육비에 썼다고 보시면 됩니다. 8개월 이후로는 보육료를 조금 줄이고 제가 주양육자로 아이와 시간을 더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주는 것도 별로 없는데.. 엄마 껌딱지 그게 정말 오긴 하더라고요.
@이철빈
1) 여성이 대학교육을 받고 사회에 참여할 수록 결혼을 기피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저의 경우는 남편과 젠더 이슈로 대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고 (삶의 경험을 통해), 남편이 젠더 감수성이 있건 없건 결혼 할게 아니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문장에 덧붙여 애인에게 너무 많은 젠더감수성과 사회철학 지식을 기대하지 마시라는 얘기도 아줌마로써 하고 싶은데요.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결혼만 안하면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남편은 제가 느끼기에 공감능력이 뛰어나 보였고 멍청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딱 그정도 판단에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건 사실 “나에게 잘해서” 입니다. 너무 별거 없죠?
다만, 최근 아이가 열이 날때 제가 멀리 나와 있어 집에 없었어요. 돌봐주시는 분이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했을때 남편이 반차를 내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말씀 주신대로 저는 소아과 품귀 현상을 실감하고 엄청난 대기 시간에 고통받는 대한민국 부모입니다. 제가 두시간 지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도 남편은 아기와 진료 대기 중이었어요. 정신 없이 진료를 마치고 제가 남편에게 “당신 없이는 나 애를 못 키웠을 거야.” 했더니 “네가 그러면 나는 어떻겠냐”하더라고요. 아빠는 직장을 다니니까 육아는 당연히 엄마의 몫이야, 육아는 주로 엄마가 하고 아빠는 돕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21세기의 부모는 싱글맘으로도, 싱글대디로도 살 자신이 있을 만큼 각자가 부모 역할을 충분히 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맞벌이도 일리가 있죠.
@이성현
홀로 해외여행은 꼭 가보고 싶네요! ㅋㅋㅋ
언제적인지....
@아매오
스스로는 내뿜는 빛의 종류가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싱글이 뿜어내는 매력, 유부, 엄마가 뿜어내는 매력은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싱글일 때는 제 계획 위주로 미래를 그렸다면 이제는 고려할 인물이 더 많아졌죠.
커리어를 계획함에 있어서 더이상 나 홀로 잘 되는 일은 제게 절대적인 가치를 가지지 않습니다. 배우자나 자녀의 성취도 제 것이 될 수 있고 제 성취도 타인과 나눌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혼자 잘되기를 고민하는 시기는 지났고 결과적으로 함께 잘 사는 법을 고민하게 됐기에 제가 보지 못했던 것들 (가정 내의 행복, 가족 간의 사랑) 도 누리며 성장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물론 성공의 기준에 따라 이런 과정이 비교적 더디고 어쩌면 더 빠른 길이라 생각합니다.
@Crystal
지적해주신 대로 모든 가족관계가 그렇듯 망가진 부부 관계만큼 개인을 괴롭게 하는 것도 없는 듯 합니다. 그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분들도 이해합니다. 결혼생활에 중요한 것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 책임감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인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보다 인간성이 훌륭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복이고 설령 부족한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부부가 닮아가면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고마운 일에 고맙다고 하는 것, 타인을 배려하는 것,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결국 선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때문에 선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만나면 못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가진 부부관계의 목표는 내가 인간성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물론 슬픈 것은 한 쪽만 잘한다고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가족 구성원 넷 중 한 명만 선한 마음을 가져도 그 가정은 깨지지 않더라고요.
물론 이혼에는 고부갈등부터 난임이나 경제적인 이유 등 헤아릴 수 없는 각자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러한 변수를 제외한 부부 사이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결혼은 나보다 상대를 더 생각할때 원활하게 굴러가는 시스템입니다.
@설향
1) 이 결정은 남편의 결정에 제가 따랐던 것으로 남편에게 답변을 부탁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대학원 재학 중 평등에 관한 논의들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자신만의 평등에 관한 가치관을 수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라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계기로 그것이 구체화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네요. 다마 그 과정은 항상 스스로를 편협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했다고 합니다. 남녀평등이 아닌 양성평등, 양성평등이 아닌 평등, 성평등이 아닌 평등. 나름대로 깨어있는 사람이라 스스로 자부했었음에도 그러한 생각 역시 스스로 어떠한 결정된 사고방식 하에 자신을 가두는 빗장이었던 거죠. 평등에 관한 남편의 생각을 이곳에 모두 풀어놓기에는 질문을 묘하게 벗어나는 대답일 뿐 아니라 한정된 공간 안에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말주변도 없다고 합니다. 다만, 어쩌면 이 현대의 모든 역사적, 사회적, 기술적 발전들은 모두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였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밤이 되면 초를 키지 않고서는 책을 읽을 수 없어 잠에 드는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도 먼 훗날 되돌아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가 처음 모성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은 어떤 대단한 결심이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함께 낳아 기르는 아이의 이름에 부모의 성이 모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실제로 저희 아이의 이름에는 남편의 성씨도 들어가 있습니다. 부모의 각 성씨를 이름 어디에 둘지 고민하였으며, 꼭 부의 성을 가장 앞에 두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일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부성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률적으로 부성을 따르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리함, 소속감 등 긍정적 효과들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구요. 그래서 부성을 따르는 일이 틀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하였듯 저희가 모성을 따르기로 한 것도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은 아이의 성을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죠(그렇다면 궁극적으로는 아이가 성씨를 선택할 수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아이의 성을 남편의 성씨로 결정하였더라도, 그 결정은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희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듯 저희가 아이의 이름을 결정하게 된 것은 저희의 믿음에 따른 선택의 결과입니다.
대한민국이 전세계 이혼률 1위라는 기사를 읽은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가정을 성숙하고 책임감있는 자세로 세우지 못하고 깨지는 가정들이 한국에서는 미국보다 더 많은 수치고 일어나고 있고 이제는 이혼은 흠도 아니라는 의견도 일반화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세태 가운데서 결혼과 가정의 선순환의 사례를 잘 보여주시는거 같아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재 사회에서는 사소한 이유와 이슈들로 부부관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역기능 가정들의 모습이 많은데요. 결혼과 가정.. 그리고 가정을 지켜나가는데 수민님과 배우지분이 서로 한마음으로 지켜나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가치관이 무엇이고, 또한 가정을 지키기 어려워하는 많은 부부들을 위해서 위로와 용기 혹은 소망의 말씀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수민 아나운서님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한 뉴스였어요. 자녀에게 엄마 성 물려주기로 하셨다는 뉴스요.
1. 엄마 성을 물려주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해요.
2. 엄마 성을 물려주겠다고 양가 가족들에게 말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만약 제가 그런다면 부모님들이 극대노하고 말릴 것 같아서요. 어떻게 협의했는지 수민님의 경험을 듣고 싶어요.
3. 그때 결정을 무를 수가 없는데 후회했던 순간은 없나요?
@설향
1) 이 결정은 남편의 결정에 제가 따랐던 것으로 남편에게 답변을 부탁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대학원 재학 중 평등에 관한 논의들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자신만의 평등에 관한 가치관을 수립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라 어떤 계기로 시작되었고, 어떤 계기로 그것이 구체화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네요. 다마 그 과정은 항상 스스로를 편협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했다고 합니다. 남녀평등이 아닌 양성평등, 양성평등이 아닌 평등, 성평등이 아닌 평등. 나름대로 깨어있는 사람이라 스스로 자부했었음에도 그러한 생각 역시 스스로 어떠한 결정된 사고방식 하에 자신을 가두는 빗장이었던 거죠. 평등에 관한 남편의 생각을 이곳에 모두 풀어놓기에는 질문을 묘하게 벗어나는 대답일 뿐 아니라 한정된 공간 안에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말주변도 없다고 합니다. 다만, 어쩌면 이 현대의 모든 역사적, 사회적, 기술적 발전들은 모두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에서 출발하였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밤이 되면 초를 키지 않고서는 책을 읽을 수 없어 잠에 드는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여름이면 덥고 겨울이면 추운 것이 당연했던 것처럼.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는 일들도 먼 훗날 되돌아보면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희가 처음 모성을 따르기로 결정한 것은 어떤 대단한 결심이나 신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닙니다. 부모가 함께 낳아 기르는 아이의 이름에 부모의 성이 모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고 실제로 저희 아이의 이름에는 남편의 성씨도 들어가 있습니다. 부모의 각 성씨를 이름 어디에 둘지 고민하였으며, 꼭 부의 성을 가장 앞에 두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 것일 뿐입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에서 부성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일률적으로 부성을 따르게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리함, 소속감 등 긍정적 효과들도 부정할 수 없는 일이구요. 그래서 부성을 따르는 일이 틀린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하였듯 저희가 모성을 따르기로 한 것도 그것이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저희가 옳다고 생각한 것은 아이의 성을 부모가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죠(그렇다면 궁극적으로는 아이가 성씨를 선택할 수 있어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아이의 성을 남편의 성씨로 결정하였더라도, 그 결정은 그것이 당연하기 때문이 아니라 저희가 그렇게 하기로 선택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듯 저희가 아이의 이름을 결정하게 된 것은 저희의 믿음에 따른 선택의 결과입니다.
@수망구
현실적인 여건이 받쳐주지 않었어도 이 사람과 결혼을 했을 거라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지요. 모든 선택에는 얻을 것과 잃을 것이 있어요. 다만 제 생각에 결혼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느냐 중 가장 큰 것은 사람입니다. 배우자를 얻는다는 것이 결혼의 가장 큰 장점 같아요.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그 사람을 구성하는 것에는 유년기, 생활 습관과 교육 환경, 직업과 가치관이 포함이기에 저는 감정으로만 결혼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조건만으로도 할 수 없는게 조건의 비교는 ‘가장 좋다’는 결론이 잘 안나와요. 오히려 사람은 직관적으로 ‘가장 좋다’는 판단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앞으로 만날 사람들, 만났던 사람들 중에 제일 좋은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어 결혼하게 되었고 다행히 결혼이나 자녀 계획에 대한 생각이 비슷해 큰 갈등 없이 지내는 것 같아요. 하지만 솔직히 저도 남편도 P형 인간이라 대단한 계획을 세우고 살지는 않아요. 둘다 좋은 게 좋다며 사는 중입니다.
@Ryrt91
- 돌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인력이었어요.
한 아이를 혼자서 보는 것과 둘이 보는 것은 천지차이더군요.
누군가는 아이 옆에서 눈을 떼고 있지 않으면 안되니 1인이 감당하기엔 피로도가 상당했습니다.저희 가정의 경우는 비용을 지불하고 도움 인력을 구하는 선택을 했는데 그 경우가 아니었다면 저는 프리랜서로서 다시 일을 하기 무척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물론 스스로 일하면서 내가 지금 도움인력을 지불하는 값을 하는지 자기검열하는 것도 덤으로 늘었고요. 집 밖을 나서는 순간, 아이와 떨어지는 순간, 엄마에게는 포기해야할 기회비용이 생기더라고요.
- 모두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할 순 없습니다. 또 여성의 생애주기가 남성과 동등하게 흘러가길 바란다면 여성의 삶 어느 시점도 아이 낳기 적합한 때는 없습니다. 모든 순간에 포기하고 희생할 것이 따릅니다. 다만 아이가 주는 기쁨과 삶의 깊이는 내가 아무 값도 지불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수준의 것은 아니더라고요.
- 기혼 또는 미혼. 둘 중 하나가 더 유리하거나 매력적인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고유의 이야기가 매력이 있는지 없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이철빈
2) 기본적으로 나라에서 주는 70만원은 애한테 다 씁니다. 이유식 만드는 엄마는 아니라서, 분유,기저귀,이유식 모두 월 70이면 충분히 충당 가능합니다. 또한 0세 어린이집의 경우 월 보육료가 50만원으로, 나라 지원금에서 우선 빠져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보육료 외에 20만원 가량만 입금 되지요. 가정 보육의 경우는 베이비 시터가 있거나 주양육자가 홀로 봐야 하는데요. 저희 집은 출산 직후 국가 지원 산후 도우미를 4주간쓰고 입주 도우미와 8개월을 살았습니다. 벌어서 다 보육비에 썼다고 보시면 됩니다. 8개월 이후로는 보육료를 조금 줄이고 제가 주양육자로 아이와 시간을 더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해주는 것도 별로 없는데.. 엄마 껌딱지 그게 정말 오긴 하더라고요.
@이철빈
1) 여성이 대학교육을 받고 사회에 참여할 수록 결혼을 기피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저의 경우는 남편과 젠더 이슈로 대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전혀 하지 않았고 (삶의 경험을 통해), 남편이 젠더 감수성이 있건 없건 결혼 할게 아니니까 상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문장에 덧붙여 애인에게 너무 많은 젠더감수성과 사회철학 지식을 기대하지 마시라는 얘기도 아줌마로써 하고 싶은데요.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결혼만 안하면 된다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어쨌거나 남편은 제가 느끼기에 공감능력이 뛰어나 보였고 멍청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딱 그정도 판단에서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 건 사실 “나에게 잘해서” 입니다. 너무 별거 없죠?
다만, 최근 아이가 열이 날때 제가 멀리 나와 있어 집에 없었어요. 돌봐주시는 분이 병원에 가야할 것 같다고 했을때 남편이 반차를 내고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습니다. 말씀 주신대로 저는 소아과 품귀 현상을 실감하고 엄청난 대기 시간에 고통받는 대한민국 부모입니다. 제가 두시간 지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도 남편은 아기와 진료 대기 중이었어요. 정신 없이 진료를 마치고 제가 남편에게 “당신 없이는 나 애를 못 키웠을 거야.” 했더니 “네가 그러면 나는 어떻겠냐”하더라고요. 아빠는 직장을 다니니까 육아는 당연히 엄마의 몫이야, 육아는 주로 엄마가 하고 아빠는 돕는 사람이야,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얘기라고 생각해요. 21세기의 부모는 싱글맘으로도, 싱글대디로도 살 자신이 있을 만큼 각자가 부모 역할을 충분히 해내야 합니다. 그래야 맞벌이도 일리가 있죠.
@이성현
홀로 해외여행은 꼭 가보고 싶네요! ㅋㅋㅋ
언제적인지....
@이철빈
가장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건 소아과 부족 현상입니다.
아이가 아플 때 입원 시킬 병상도 부족하고 큰 병원 소아과 자체가 적으니 장시간 이동해서 장기간 기다려야 진료가 가능합니다. 특히 여주라는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 살면서 더 느낍니다. 아이가 아프면 바로 서울의 가장 큰 병원으로 가자 다짐할 때가 많습니다.
좋았던 건 임산부 & 소아과 진료비 지원이예요. 입덧약이 보험적용이 안돼 비쌉니다. 이걸 진료비 바우처로 결제 할 수 있어 임신 기간 병원비 부담이 적었습니다. 그런데 제왕절개 수술입원비용이나 아기 응급실 비용은 바우처 결제가 안됐던 기억이에요. 목돈 나갈일이 가장 부담스러운 법인데 .. 그런 점은 아쉬웠습니다.
@Crystal
지적해주신 대로 모든 가족관계가 그렇듯 망가진 부부 관계만큼 개인을 괴롭게 하는 것도 없는 듯 합니다. 그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분들도 이해합니다. 결혼생활에 중요한 것에는 서로에 대한 존중, 책임감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인간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보다 인간성이 훌륭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복이고 설령 부족한 사람과 결혼하더라도 부부가 닮아가면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고마운 일에 고맙다고 하는 것, 타인을 배려하는 것, 상대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결국 선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때문에 선한 사람과 선한 사람이 만나면 못 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가진 부부관계의 목표는 내가 인간성 좋은 사람이 되자는 것입니다. 물론 슬픈 것은 한 쪽만 잘한다고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지만 제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가족 구성원 넷 중 한 명만 선한 마음을 가져도 그 가정은 깨지지 않더라고요.
물론 이혼에는 고부갈등부터 난임이나 경제적인 이유 등 헤아릴 수 없는 각자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러한 변수를 제외한 부부 사이에 대해 적어 보았습니다. 결혼은 나보다 상대를 더 생각할때 원활하게 굴러가는 시스템입니다.
남성으로 출산의 고통을 느낄 수 없지만, 양육은 함께 하기로 제 자신과 약속을 했거든요.(아직 미혼이지만…)
수민 님. 양육을 치열하게 하면서 나 자신을 위해 꼭 해보고 싶었던 게 있으신지요?
치열한 삶을 살고 계신 수민 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