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동화] 비눗방울, 일곱
2024/10/22
비눗방울 소년
어느 지점부터 숲의 어둠이 사라지며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녀의 눈앞에 뜻밖의 장소가 나타났다.
잎이 무성한 나무와 만개한 꽃들, 한가로이 날아다니는 나비 떼 그 모든 것이 투명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꿈속 풍경 같은 그곳은 마치 신비로운 비밀의 정원 같았다. 그리고 그곳에는 마을에서 만났던, 비눗방울을 그리던 유난히 키가 큰 소년이 있었다.
소년은 특별한 도구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만개한 꽃과 나비들은 모두 비눗방울이었다. 모든 것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경이로웠다.
소년도 소녀를 이내 알아보았다. 소년은 잔잔한 미소를 짓고는 다시 비눗방울을 만들기 시작했다.
공간과 시간이 특별한 방식으로 얽혀 있는 것 같았다.
소녀는 울컥울컥 솟구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깊은 감동과 기쁨이 가슴속에서 요동쳤다. 소녀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따뜻한 위로
안심할 수 있는 평온함
이해를 초월한 평화
충만한 사랑
소녀는 투명한 빛으로 반짝이는 평화와 고요함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비눗방울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숨죽이고 바라보았다.
수많은 기억이 증발하고 다시 만들어졌다.
잊고 있었던 감정과 느낌, 감각, 외면했던 마음들, 소녀와 소년, 남자와 여자.
다양한 감정들이 얽히고 섞이면서 비눗방울은 더욱 아름다워졌다.
미움, 시기로 인해 무거웠던 감정들과 아픔, 상실, 가슴 저렸던 순간, 불안과 두려움.
기억은 떠올랐다가 편안하게 흘러갔다.
온전히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