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박선욱 · 시, 동화, 소설 및 평전을 씁니다.
2023/02/02
장마
   
   
박선욱
   
   
사람이 있다
마른 번개가 치고 하늘이 우는데
둥둥 북소리로 달려오는 사람
월출산 능선을 지나 지리산 골짜기마다
자욱한 운무로 먹구름으로 밀려오는
처음 그 사람은 남해의 작은 물파도였다
갈매기와 더불어 날아온 사람
민들레 씨보다 가볍고 날숨보다 빠르게
지난 가을의 시냇가를 스쳐온 사람
은백색으로 뒤덮인 겨울 추위와
아름다운 봄날에 보았던 초록빛 행렬
떨기마다 타오르던 매운 꽃내음을
우렁우렁 화산 같은 목소리로 말하던 사람
그 사람은 지금
다도해 섬들을 한달음에 건너뛰어
동해와 서해 기슭의 높은 물이랑으로
제주와 이어도의 드센 광풍으로 떠서
산과 바다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마라 의로운 가문비나무여
어둠 속에 홀로 빛나는 노래여
그 사람이 어느 날 우레 속에서
온 세상을 물바다로 만든다 해도
악마와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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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실천문학》 으로 등단. 시집 《회색빛 베어지다》 《눈물의 깊이》 《풍찬노숙》, 인물이야기 《윤이상》 《김득신》 《백석》 《백동수》 《황병기》 《나는 윤이상이다》 《나는 강감찬이다》 등. 《윤이상 평전: 거장의 귀환》으로 제3회 롯데출판문화대상 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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