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쟁이 되기의 어려움

이건해
이건해 · 작가, 일본어번역가. 돈과 일을 구함
2023/02/18
본인이 멋을 잘 내는 사람이거나 그런 사람을 알고 계신지? 나는 어머니가 옷부터 시작해서 장신구나 각종 소품까지 잘 차려 입고 꾸미는 분이라 종종 감탄하기도 한다. 쉽게 떠올리는 ‘멋쟁이’처럼 비싸고 세련된 옷으로 색을 잘 맞춰 빼입는 사람이라기보단 여기저기서 입수한 옷들을 조합해서 잘 어울리게 입는 타입인데, 내 생각에는 이런 방식으로 멋을 내기가 훨씬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아버지도 옷을 잘 입는다는 느낌이 들게 차려입는 사람은 아니지만 대충 주워입고 헌팅캡을 쓰면 그럴듯하게 멋이 나는 편이다. 이것도 쉬운 경지는 아니다. 일단 멋을 잘 내는 사람은 잘 어울리는 모자를 써야 하는데 나는 머리가 커서 애초에 틀려먹었다.

친구들 중에도 남자 둘, 여자 둘 정도가 대체로 멋을 잘 내는 사람들인데, 일단 여자 중 한 명은 어디서 비슷한 것도 본 적이 없는 기상천외한 옷을 입거나 그런 소품을 가지고 올 때가 많고, 또 한 명은 상당히 신기하고 좀처럼 볼 수 없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패션으로 나타나는데다 심지어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날 때가 별로 없다. 남자들 중 한 명도 남방이나 티셔츠가 대체 어디서 구했나 싶은 것들이 많고, 다른 한 명은 그나마 가장 평범한 축에 속하지만 날렵하고 멋진 조합을 그리 티나지 않게 입고 나타난다.

이런 모습들을 보자면 나도 최소한 ‘꼬락서니’라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을 정도로 입고 다녀야겠다고 느끼곤 한다. 내용물은 신통치 않을지라도 포장만은 그렇게 나쁘지 않게 챙기고 싶은 마음도 있고, 멋쟁이들을 따라갈 순 없을지라도 의생활이라는 부분에서 일정 수준의 고민 정도는 하고 사는 사람이 되어야 나를  너무 한심하지는 않은 자로 지킬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탓이다.

그러나 멋의 수준을 좀 높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멋있어진다면 누군들 멋이 없겠는가? 아무리 머리로 달라질 생각을 한대도 막상 외출할 때가 되어 옷을 고르자면 새로운 시도보다는 이미 몇 번이고 입고 또 입어서 익숙한 옷만을 집어들기 마련이고, 결과적으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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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미스터리를 주로 쓰고 IT기기와 취미에 대한 수필을 정기적으로 올립니다. 하드보일드 미스터리 소설 “심야마장-레드 다이아몬드 살인사건”으로 데뷔. SF호러 단편소설 ‘자애의 빛’으로 제2회 신체강탈자문학 공모전 우수상. 제10회 브런치북 출판공모전 특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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