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15
9월이었던가, 아직 반팔 입고 다닐 쯤 정부 청사에 초청받은 적 있습니다. 그때 정무관 님 왈 “현우 씨, 지방 청년 민심이 알고 싶습니다.”, 국무총리실도 작금의 청년담론이 서울, 수도권, 명문대 위주로 쏠려 있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노동현장 문제를 들으려 해도 정작 중소기업 노동자 청년 이야기를 듣기 어렵다는 고충도 들었구요. 백 번 공감했습니다. 99.9%의 중소기업은 노조가 없기에 간담회 같은 게 열리면 귀하디귀한 연차를 써야 합니다. 더군다나 아직도 연차계 항목에 ‘연차 사유’ 따위가 당당히 존재하는 지라 당당하게 갈 수도 없죠. 반면 노조가 있으면 기자나 정치인 올 때 응대가 훨씬 수월합니다. 심지어 시장하고 면담하는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쳐주는 거 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누구는 평일 거짓 연차를 써야 하고, 누구는 떳떳하게 급여까지 받아가면서 사람 만나고…… 정치 참여의 장벽 높이가 너무나 다른 셈이죠. 제가 “너 말고 청년 제조 중소기업 노동자 인터뷰 할 방법 없니?”라는 질문만 수십 번 받았는데 고사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인터뷰 나와 달라고 하면 다 거절하거든요.
한참 공무원 분들과 이야기 나누다 문득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얼마 전 모교인 창원 폴리텍에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학장님께 들었던 이야기가 “우리 학교엔 스무살 신입과 다른 학교 혹은 일하다가 다시 들어 온 학생들(턴족) 비율이 반반이라 고민이다. 신입생 비율을 늘릴 만 한 홍보방안이 없겠는가.” 였습니다. 대기업 다니다 굳이 사직서 쓰고 폴리텍으로 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터. 지방 청년의 생생한 중소기업 경험담을 뽑아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더군다나 폴리텍은 고용 노동부 산하 기관이라 매칭도 아주아주 간단하죠. BH에서 내리 꽂으면 전화 몇 통만 걸면 되니까요. 물론 이 방식도 결국 반쪽짜리긴 합니다. 폴리텍 재학생은 남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정작 여성 노동 문제를 채집하기 쉽지 않으니까요. 암튼 안 돌아가는 머리 써서 짜낸 반쪽짜리 아이디어는 서랍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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