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중일기] 9. 설겆이
2024/01/11
조리장, 조리수, 조리원으로 구성된 세 명의 조리반은 각자의 임무에 충실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세끼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동쪽에서 해가 뜨듯이 아침을 만들고 내가 매일 쪼꼬렛을 안주로 맥주를 마시는 것처럼 점심을 만들고 인도양의 밤하늘에 달과 별이 뜨는 것처럼 저녁을 만든다. 마치 자연의 섭리처럼 당연한 일이다.
전 선대에서 가장 연차가 높은 40년 경력의 수석 조리장은 내년에 정년을 앞두고 있다.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박력이 넘치고 부지런하다. ‘에블데이 워크(Everyday Work)‘를 외치며 매일 새벽 두 시에 일어나 재료를 손질한다. 똑같은 파프리카를 채 썰어도 내가 썬 파프리카에서는 파프리카즙이 흥건하고 크기가 일정하지 않은 반면 조리장이 썬 파프리카 채는 전부 크기가 일정하고 파프리카의 단면에서는 빛이 난다. 38년 경력과 조리장이 처음 샀을 때 크기의 절반 정도로 줄어든 잘 길들고 갈려진 칼의 차이이다.
아직 41살의 젊은 나이지만, 20살에 이 일을 시작해 20년 경력이 넘은 조리수는 마치 프로메테우스와 같다. 화재에 민감한 LNG선에서 가스 불이 나오지 않고 핫플레이트로 요리하는 주방에서 화염을 방사한다. 기름을 핫플레이트와 웍에 뿌리고 오른쪽 주머니 속에 있는 불을 가져와 엄지와 중지를 튕기면 거대한 화염이 일어난다. 그러고는 라이터를 다시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다. 손목 스냅을 통해 웍에서 볶아지는 재료들은 불과 함께 하늘을 날아다닌다. 맞은편에서 요리를 돕고 있으면 프로메테우스가 만들어낸 화력의 세기에 내 피부의 수분들...
전세사기를 당했고 그 피눈물 나는 820일의 기록을 책으로 적었습니다.
그 책의 목소리가 붕괴돼버린 전셋법 개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길 바랍니다.
그 후, 꿈을 이루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배를 탔고 선상에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틀린말인줄도 몰랐습네다.
어그로 없이도 챙겨 읽는 애독자지만, 더한 어그로도 좋습니다. 38년 경력 조리장님의 칼이 인상적이네요. 처음 샀을 때보다 절반 크기의 칼이라니.. 놀랍습니다.
아, 제목에 깊은 뜻이 있었군요. 쪼꼬렛을 읽는 순간 설겆이로 알고 계시는구나 생각하다
어? 제대로 알고 계신것 같은데? 하다가 p.s 를 읽은 후에는 에휴,, 설거지 하나가지고 잘난척한 저를 야단쳤습니다.
지겨운 설거지도 노래를 들으면서 하면 신나지요. 깨끗하게 씻겨진 그릇들이 예쁘기도하다가 밉다가 온갖 상념들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닐텐데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싸움판인 정치이야기보다 전 이런 글이 더 좋네요.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진영
시선을 끌기 위해 설거지를 설겆이로 틀리게 쓰지 않으셔도 읽을 사람은 읽고 안 읽을 사람은 안 읽습니다. ㅎㅎ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선상 생활.
감사합니다
시선을 끌기 위해 설거지를 설겆이로 틀리게 쓰지 않으셔도 읽을 사람은 읽고 안 읽을 사람은 안 읽습니다. ㅎㅎ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선상 생활.
감사합니다
어그로 없이도 챙겨 읽는 애독자지만, 더한 어그로도 좋습니다. 38년 경력 조리장님의 칼이 인상적이네요. 처음 샀을 때보다 절반 크기의 칼이라니.. 놀랍습니다.
아, 제목에 깊은 뜻이 있었군요. 쪼꼬렛을 읽는 순간 설겆이로 알고 계시는구나 생각하다
어? 제대로 알고 계신것 같은데? 하다가 p.s 를 읽은 후에는 에휴,, 설거지 하나가지고 잘난척한 저를 야단쳤습니다.
지겨운 설거지도 노래를 들으면서 하면 신나지요. 깨끗하게 씻겨진 그릇들이 예쁘기도하다가 밉다가 온갖 상념들이 머리속을 헤집고 다닐텐데 잘 견디시기 바랍니다.
재밌게 잘 읽었어요. 싸움판인 정치이야기보다 전 이런 글이 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