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범위는 휴대폰 전파가 닿는 곳까지
2024/03/18
* <별의 목소리(2002)>는 왓챠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2020)>는 리디북스에서 감상했습니다.
제목은 신카의 마코토의 <별의 목소리(2002)>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대사에서 따 왔다. 이 문장이 낭만적으로 들린 이유는 무엇일까? 언제부터인가 나는 직전 세대의 기계 문명을 향수 섞인 눈길로 동경하게 되었다. 각기 정확한 출현 시점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내 눈에 보이며, 내가 조작할 수 있고, 내가 만질 수 있는 기계들을 말이다. 구형 휴대폰 레플리카를 사들이고, 메카닉 애니메이션에 심취하며, LP나 CD 플레이어를 찾아보기도 했다. <별의 목소리(2002)>의 두 주인공, 미카코와 노보루가 누를 때마다 삑삑 소리가 나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며 나는 지금 내가 사용하는 최신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화면이 즉각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내가 액정을 올바르게 터치했는지 다른 방법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작동 방식. 나는 사용했던 시절의 기억도 흐릿한 구형 휴대폰이 문득 그리워졌다.
그러니까, 신카이 마코토의 <별의 목소리(2002)>를 찾아본 일도 시작은 이랬다는 말이다. 우주에서 연합군으로 전투하는 소녀. 둘이 주고받는 메세지야 애틋했지만, 지구에 남아 있는 소년은 알 바 아니었다. 이 단편이 나에게 조금 더 복합적으로 다가온 것은, 김보영의 단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와 <당신에게 가고 ...